[부천신문]‘굴포천 국가하천 승격’이라는 경축 현수막이 시가지 곳곳에 나붙어 있다. 부천 뿐 아니라 인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굴포천은 부천, 인천 지역의 애환이 담긴 하천임에 틀림없다.

부천에 오래 살지 않았거나 이 하천의 영향권에 있지 아니한 시민들은 현수막에 담긴 의미를 깊게 느끼지 못할 것이지만, 굴포천 유역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였던 필자로서는 감회가 깊은 일대 ‘사건’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당시는 한강으로 바로 흘러들던 굴포천은 여름날 비만 오면 홍수걱정으로 온 동네가 비상이 걸리곤 하였다. 한강 수위가 높다보니 굴포천의 물이 빠지기는커녕 거꾸로 역류를 하는 바람에 상동과 부개동 일원은 늘 물바다였다.

물론 지금처럼 개발이 되기 전이라 마을이라고는 신상리(지금의 상동역 부근)와 새말, 구지마을 정도였는데 특히나 신상리가 물바다였다.

한강이 역류하기 시작하면 저 멀리 김포에서부터 서서히 물이 차 올라와 신상리 마을이 차츰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연례행사를 하듯 동사무소 직원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깨워서 인근 부평동중학교로 대피를 시켰다.

이 상황에 익숙지 못한 세입자들은 머리맡까지 차오르는 물을 보고 기겁을 하며 몸만 대피하기도 하고, 대대로 살아오던 주민들은 집집마다 주요 가전제품을 올려놓는 선반을 따로 만들어 두기도 했다. 이런 피난생활은 대개는 하루 이틀에 끝나 집으로 돌아가지만 큰 수해가 나는 해에는 한 달 가까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때도 있었다.

요즘은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당시는 큰 수해가 나면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자가 도착했다. 옷가지에서부터 먹을거리, 생활용품 등 하다못해 연탄까지 산더미처럼 밀려드는데 수해지역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니까 전부 상동사무소에 하역이 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수해 피해복구보다 구호물자 정리가 더 힘든 때도 있었다.

이렇듯 한바탕 홍수가 지나가면 가을에는 물에 쓸려 내려간 제방을 복구해야 한다. 취로사업으로 추진되던 복구사업은 겨우내 이루어지고, 원시적 수작업으로 땀 흘리며 쌓은 제방은 이듬해 또 쓸려 내려간다.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이 자연재해는 굴포천 방수로가 생기면서 없어졌다. 하천수로를 한강이 아닌 서해바다로 돌린 것이다.

부천시로서는 이런 아픔이 묻은 굴포천을 도시발전에 약으로 써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게 ‘부천운하’계획이다.

중동신도시를 개발할 당시 홍보 브로슈어에도 부천운하 청사진이 있었다. 서해바다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부천항에 배가 도착하는 꿈은 어쩌면 원래가 바다를 품고 있던 부천으로서는 당연한 계획인지도 모른다. (시승격 이전의 부천군은 지금의 옹진군 모든 섬과 안산시 대부도, 영흥도, 시흥시 소래읍을 포함하는 광활한 해양도시였다)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이러한 부천의 꿈은 굴포천이 ‘지방하천’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서 더 키울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 계획을 홍건표 시장 재임 시에도 다시 꺼냈었는데, ‘운하’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왜 안 된다는 말인가?

암튼 그 애환의 굴포천은 이제 국가하천이 되었다. 그동안 부천, 부평, 계양, 강서, 김포 5개 자치단체가 나누어 관리하던 비효율은 ‘국가관리’ 한 군데로 합쳐졌다. 이제 뜻만 모아 중앙정부와 조율을 잘 하면 상선은 못 띄울지언정 넘실대는 강물위로 보트를  타고 낭만을 즐기는 서부 수도권 최고의 레저 단지는 가능할 것이다.

강변 자전거 길은 한강을 따라 전국으로 이어지고 곳곳의 수상카페에서는 연인들이 커피향 같은 사랑을 나눌 것이다. 그리고 부천 선착장은 수상 택시를 타고 아라뱃길 경인항에 있는 현대아웃렛으로 쇼핑을 가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서운지구에는 호텔, 음식점 등이 즐비하게 늘어 설 것이다.

강폭이 35m에서 90m나 되고 연장이 21㎞에 이르는 굴포천은 결코 작은 강이 아니다. 지하철과 하수처리장 등 흘려보낼 물의 수원(水原)도 가깝고 수량도 풍부하다. 이 굴포천과 또 인접한 대장동이 부천에 남은 마지막 자원이자 먹거리다.

지난날의 추억에 새로운 꿈을 플러스하면 90만 문턱에서 쓰러진 부천은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성패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을 지닌 리더의 몫이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