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신문]세계 제2차 대전의 쓰라린 경험은 1950년대를 살아가던 독일 지식인들에게 큰 고민이었다. 1차와 2차 대전 직후의 독일이 저질렀던 잘못을 어떻게 하던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독일 지성인들도 계속해서 스스로 뒤돌아보고 각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깨닫게 된 사실은 바로 2차 대전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를 다름 아닌 국민 대다수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승인하고 권력을 위임했다는 것이다. 독일은 1933년 국민투표를 거쳐 당시 총리인 히틀러에게 대통령직을 겸하도록 허용했다. 이 일은 불과 1년 전인 1932년 집권당으로 둔주했던 나치당의 승리가 이제 막 틀을 잡아가기도 전에 벌어진 너무나 급진적 정치행위였다.

독일의 지성인들은 히틀러의 집권과 독주를 견제하지 못했고, 국민 모두가 그들의 귀중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다하지 못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적인 반성으로 지금까지 시민의식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4년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50%이상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집권 4년 만에 탄핵이 되었다. 이것이 과연 한 개인만의 과오 때문일까?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은 책임이 없는 걸까? 국민 50%이상의 지지로 인해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를 지지하거나 표를 던졌던 50%이상의 국민은 마땅히 이번 탄핵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박 전 대통령이 우리를 속였다 할지라도 해도 형사소송에서 속인 사람과 속은 사람 공히 얼마간의 책임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속인 사람이 원인적 책임이 있지만 속은 사람들도 책임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인류 역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언론이 정확한 사실과 허구를 분석하고 판단하여 국민들에게 충분한 판단적 기회를 제공했다면 언론의 본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특정 방향과 야합하여 포퓰리즘에 선동하는 나팔수로 쓰였다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시대를 보면 언론이 중점적인 자세는 취하기보다 비난과 풍자, 그리고 비판과 과장 보도로 국민을 분노케 하여 자숙하고, 투표를 잘못한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케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의분을 내게 하여 국민이 스스로 뽑은 대통령은 국민이 스스로 탄핵하고, 처단해야 한다고 마치 사주하듯 앞장서는 장본인이 언론이 되고 말았다. 범죄를 판단하는 것은 법관의 몫이다. 그러나 함께 정권을 창출했던 여당의 국회의원들마저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세력이 많아지자 분당했다.

누가 그토록 의로운 사람이란 말인가? 백로가 까마귀 노는 곳에 함께 있겠는가라는 태도를 보이며, 새로운 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까지 내어놓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언제는 전 국민을 향하여 우리 뜻과 우리 당의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더니 막상 여론의 분위기가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그 자리를 지키기 힘들다고 생각되자 간격을 두다가 비판하더니 탄핵에 동참하다가 결국 분당을 해버린 선량들은 자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기 당의 후보로 세울 때는 검증의 철저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난날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왜 밝히지 아니하였는가? 단순히 보수의 승리를 위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사람을 세우면 여당이 되고, 권력의 핵심이 된다는 권력욕으로만 가득하여 지금까지 선량이 되었다면 그들 역시 스스로 책임지고, 사임을 하여야 마땅하며, 국민들에게 여당으로써 책임을 다하지 못함을 시인하고 자백하여 스스로 자탄을 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을 지는 정치인을 찾아 볼 길이 없다. 탄핵이 국민의 심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날을 반대하며 헤아릴 수 없는 유언비어로 사실을 왜곡하는 뉴스를 방영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도록 했던 분을 기억한다. 도대체 국민은 소경인가? 장님인가? 아니면 정치공학의 전문가들에 의해 현혹되어 끌려 다니는 어린양들인가?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전 대통령만 탄핵이 되고 구속이 되어 재판을 받는다.

진정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아닌가라고 50%이상의 국민이 법정과 역사 앞에서 자백하고, 자기 자신이 탄핵되어야 한다고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40여일이 남았는가? 또 그 날이 오고 있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