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동(전 부천시의원)

[부천신문]강원도 태백산 자락에 사는 한 노모는 80평생 대처를 나간 본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열일곱 살 꽃다운 나이에 이웃 마을에서 이곳으로 시집 온 이후 장날 읍내를 나가보는 것 이외에는 그저 이 외로운 산골마을의 밭떼기와 집을 오가는 것이 삶의 전부인 양 지냈다는 것이다.

슬하에 4남매를 키우며 한두 번 아이들 결혼 때문에 서울 구경을 하기도 했지만 평생 동네 어귀를 벗어 난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아무런 불편이 없단다.

오히려 자글자글한 주름살조차 봄이면 지천으로 돋아나는 할미꽃처럼 곱디 고와 보일뿐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 유배(?)생활이 조금도 불편하거나 싫지 않다는 환한 얼굴이 마치 신선을 보는 듯하다. 필자와 그리 멀지 않은 지인의 이야기다.

자급자족이 원칙인 산골 생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는 숱하게 움직여야한다. 직장을 나가기 위해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야 하고 주말이면 마트나 시장에 가서 쇼핑도 해야 한다. 여기에다가 각종 서류를 떼자면 동사무소도 가야하고 세무서도 가야한다. 또 지고한 목표인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학교도 가까운 곳, 학원도 가까운 곳을 찾는다. 어느덧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만의 생활권에 갇힌다.

토박이가 아닌 대부분의 상경시민들이 처음 올라와 정착한 곳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을 맴돌며 사는 경우가 많은 데 이를 보아도 우리네 삶의 반경이 넓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행정구역도 생활권에 따라 획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일수록 생활권과 행정구역은 일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구 팽창에 따른 물리적 확장이라든가 신도시를 만들면서 두세 개 행정구역에 걸쳐서 도시계획을 하는 바람에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만다. 달리 말하면 갈수록 행정구역에 생활권을 맞추게 된다.

지금 상동 영상문화단지에 계획하고 있는 신세계 복합쇼핑몰 문제로 인천 부천이 모두 시끌시끌하다. 이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이 청라국제도시 내에 ‘신세계스타필드청라’의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신세계 측은 2021년까지 청라지역 복합유통시설용지 3필지 16만3천여㎡에 대규모 쇼핑몰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남에 이어 최근 고양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신세계 스타필드’ 버전 3.0이란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신세계스타필드 입점과 관련해 인접한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조정 등의 절차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지휘기관인 인천시는 부평구 삼산동에 인접한 경기도 부천시 상동 영상문화단지에 계획된 신세계복합쇼핑몰 건립 사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전하고 있다.

인천 역내(域內) 대규모 복합쇼핑몰은 찬성하면서 부천 역내의 사업은 반대한다. 얼핏 보면 지역 이기주의 같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같은 이야기다.

물론 청라지구의 스타필드는 건축허가를 지금 했을 뿐이지 이미 오래전에 확정되어 있었고 청라 입주민들과 약속된 사업이라 본질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하남, 광명에서 입증된 스타필드나 이케아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의 집객력을 볼 때 불과 20분 거리의 부천지역 상권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일 청라나 상동, 이들 두 지역이 같은 행정구역 내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가 몹시 궁금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이유가 자기 행정구역 내 주민들만 보호하기 위한 지역 이기주의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민맹호, 이동현 등 부천지역의 시의원을 중심으로 1인 시위까지 이어가며 인천시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는 것도 깊이 따져보면 행정구역의 문제다. 부천과 부평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같은 생활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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