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영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어강사

[부천신문]“여론이 들끓는다” 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여론이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말한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원래의 본 목적보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한지 오래이다.

얼마전 “10여개 커뮤니티가 ’버스기사‘를 들었다놨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사건은 ’버스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린 상태에서 출발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고함을 쳤는데도 운행을 계속했다‘는 최초의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방문자 수가 하루에 십만 명이나 되는 커뮤니티에 올려진 글은 3시간 남짓 지나 국내 최대 커뮤니티에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공유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러자 밤새 다른 여러 유명커뮤니티에도 공유되어 인터넷 여론이 형성되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다음날 아침부터 이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그야말로 하루 종일 여론이 들끓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회사측의 해명(버스기사에겐 별다른 잘못이 없다)과 버스 내부 CCTV가 공개되자 어느 정도 잠잠해졌지만 당사자인 버스기사와 두 딸을 비롯한 가족이 당한 충격과 공포는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인터넷 마녀사냥 지옥 같았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최초의 글과 그 유포자의 사과까지 불과 약 48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버스기사와 가족은 그의 표현대로 지옥을 경험한 셈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사건 중 회계사기 부분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KAI 임원의 영장이 기각되어 법원과 검찰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법원의 영장 발부시 그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는 검찰측의 오래된 근원적 불만과 영장전담판사 사이에 축적돼 온 나름의 심사 기준이 있고 사건별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며 세세하게 기준 자체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사 입장이 갈등이 주된 내용이다.

해결책으로 검찰은 ‘영장 항고제’ 도입을 주장한다. 사실 영장 항고제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몇 차례 논란 끝에 국회에서 발의한 바 있지만 여러 논란 끝에 자동 폐기되었다.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 등 굵직한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서도 영장을 연거푸 기각하면 정의 관념과 국민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수도권의 부장검사 주장에 대해 법원 측은 검찰의 무리한 영장청구를 견제하기 위해 영장판사들이 존재하는데 영장기각을 거듭 부각시켜서 여론전을 피는 방법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묻고 있다.

즉 헌법에 기초한 최대한의 법리적 해석만이 영장청구의 정당성이 되어야 하는데, 영장 항고제가 도입된다면 기각된 영장에 대해서 검찰의 여론전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지난 겨울 어쩌면 영원히 묻힐 뻔 했던 한 사건을 ‘여론’을 통해 광장으로 끄집어낸 바가 있다. 세계가 주목한 시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총장을 역임했던 애벗 로런스 로웰(Abbott Lawrence Lowell,1857~1943)은 『여론과 대중 정부』라는 책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여론에 의한 정치 통제(the control of political affairs by public opinion)"로 정의했다.

‘여론’이란 어떤 공공의 의제에 대하여 다수 국민의 의견과 요구가 압축되어진 것을 말한다. 예로부터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로도 민심 즉 여론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그 ‘민심’이 실제적 힘을 가지게 되어 ‘여론’을 형성하게 된 것은 매스컴이 발달하게 된 근대에 와서야 이루어 진 일이다. 여론은 여러 가지 방식과 모양으로 존재해 있다. 신문사나 방송국과 같은 언론기관, 대중행동을 이끌어 내는 시민단체, 그리고 현대의 민심들을 읽을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비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내 이웃과 정치도 생각할 줄 알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 시민이며 그런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 되어야 하며, 둘째 전달된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고, 셋째 그 결과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사회 전체의 복리와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여 판단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은 각 사안에 맞게 조직화 하여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그러나 ‘여론은 늘 옳은가’ 라는 명제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주제임에는 분명하다. 앞선 기사에서처럼 우리의 신속한 정보 전달력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 정보에 대한 진지한 접근 및 사실 관계 확인 절차 없이 비판에만 몰두한 결과는 그 당사자에게 너무도 가혹했다. 만약에 우리가 계속 이러한 실수를 답습한다면 그 다음은 여론전에 내몰린 과도한 영창 청구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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