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영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어강사

[부천신문]전쟁위안부라는 우리 사회 무거운 문제를 잔잔한 시각으로 다뤄낸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흥행에도 성공하며 손익분기점인 180만명을 넘기며 16일 현재 315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영화가 소리없이 강하게 대중들에게 스며든 이유는 가슴 아픈 역사를 무겁게만 다루지 않은 감독의 연출력에 있겠지만 이 영화의 모티프가 되는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채택 실화를 그려냈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8월14일은 ‘세계위안부 기림의 날’이었다.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거주자로서는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세상에 알린 날을 기념해 제정된 이날의 의미는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이를 알렸다는데 있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그려졌듯 가족들조차 위안부의 상처를 보듬지 못하는가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탓에 그들은 그 혹독했던 과거를 오롯이 자신만의 상처로 감추고 살아왔으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잔혹한 실체를 알리는데 앞장선 할머니들의 정신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을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진정성있는 자세와 잔잔한 유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가까운 절친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만큼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로 여기게 만들었던 가족들로 인해 청문회 증언을 엄두도 못내던 주인공 옥분(나문희분)은 함께 위안부로 끌려갔던 수십년지기인 친구가 증언을 준비하던중 노환으로 병세가 위중해지자 용기를 내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연설을 하게 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가슴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울분과 침묵했던 자신들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여성의 성폭행 피해 뉴스를 접한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뉴스를 켜면 사회면 뉴스 5위 안에 들어있을 듯 싶다. 많은 분들이 그 가해자나 범인에 대해 분노하고 그 처벌수위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사회가 피해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은 과거 그리고 현재 ‘옥분’을 대했던 대응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과거보다는 피해 당사자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장방식에 변화는 있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최근들어 성범죄 사건에서 ‘2차 가해’나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차 가해’는 여러차원에서 이뤄진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상담사나 경찰, 검사, 판사의 질문들과 심지어 다른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았던 ‘옥분’이처럼 그 가족이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공동체가 그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피해자가 용기를 낸 끝에 공동체에 알렸는데 오히려 공동체가 피해자로 인하여 생기게 될 모든 부정적인 결과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강조하여 생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를 비롯한 관점들이 오히려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2차 가해를 지적하는 일은 많은 성범죄 사건에서 해결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2차 가해’라는 용어로 인하여 ‘1차 피해’에 대한 의미가 축소되어 2차 가해자를 가려내는 의미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도 처음에 사용되기 시작했던 의미는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하는 취지보다는 ‘가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에 대한 반대 개념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성범죄 사건에서 새로운 사회질서와 상식이 만들어지려면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의 고통은 존중되어야 하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여성운동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가 고민해야 될 것은 또한 우리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공론화의 과정에서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가 가진 남성중심의 성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며,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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