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편집위원(디아몽 웨딩홀 대표)

[부천신문]천사표 아빠로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이영학의 추악한 이중생활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허탈감과 분노에 빠져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영학은 딸의 수술비를 개인 통장으로 받아 고가의 외제 자동차를 자신과 지인들의 명의로 구입해 사용하는 등 호화생활을 유지해왔음에도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100여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살인죄와 사체유기, 부인을 성매매에 동원하는 등 성매매 행위까지 해왔다니 사람의 탈을 쓴 희대의 악마가 따로 없다.

이영학의 죄는 검경의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겠고 그에 따른 응분의 처벌을 받게 될 터이지만 이영학 사건으로 인해 정작 도움이 절실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불행이 묻혀지고 관심밖으로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4만9000여명으로부터 128억원을 모금해 횡령한 유령 자선단체인 ‘새희망씨앗’회장과 대표 등도 독지가들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돈을 해외골프, 아파트 구매,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분노를 산 지 얼마 안되어 터진 이영학 사건으로 인해 간신히 정착한 기부문화가 위축되지나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의 애꿎은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절실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부문화가 정착해가는 마당에 터진 이영학사건과 ‘새희망씨앗’ 사건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기부를 꺼리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지인들중에는 ‘새씨앗희망’에 기부금을 출연한 사람들도 있고 이영학에게 치료비를 보냈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선의가 엉뚱한 사람의 잇속을 챙기는 것으로 변질된데 대해 충격을 받고 있으며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착복하고 횡령하는 이들이 이들뿐이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기부가 끊겨서는 안될 것이라는데는 많은 이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후원금이 얼마나 모였는지, 용도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없는 ‘개인계좌 후원’방식을 지양하고 기부금품 모집법에 따라 후원금 집행내용을 공개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할 것이다.

공인된 기관을 통해 기부하는 경우 집행내역을 비교적 명확히 알 수 있고 세금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부나 후원을 할 경우 이들 기관을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기부체계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 방송모금이나 홍보물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인증번호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니 선진 사례들을 참고해 제도를 보완해가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다.

이영학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 복지행정의 민낯을 드러낸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국정감사에서도 이영학처럼 생계 곤란에 처하지 않은 사람이 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어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기구가 무려 396가구나 된다하니 차제에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손질과 엄정한 관리또한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100만명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중에 억단위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기초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영학 사건으로 불거진 우리 사회 기부문화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과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과관리 등은 꼭 되짚어봐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도움이 정작 필요한 이웃들이 이같은 사회악으로 인해 외면받는 일은 없어야하며 이번 일로 인해 기부문화가 위축되는 일들 또한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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