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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앞에서 생각한다.

부천신문 l승인2018.10.30l조회수 :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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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 영  목 사

[부천신문] 가을비가 내리더니 홍조를 띠던 잎들이 우수수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떨어지는 포물선은 신기(神技)에 가깝도록 미학적이다. 

가을이면 낙엽이 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낙엽이 지는 이유를 안다면 자연의 이치에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숭고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가을에 잎이 떨어져 나가지 않으면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이 모두 함께 겨울나기가 불가능하게 된다. 
최소한의 수분과 자양분들로 겨울나기를 위해 잎은 낙엽이 되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단초로운 몸체로 겨울을 난 다음 다음해 봄날 다시 잎을 피워 올려 여름내 나무는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농촌살이는 피폐하기 그지없었다. 
온 식구가 합하면 열 명도 넘는 가족, 소위 보릿고개란 춘궁기(가을 추수한 식량이 남아 있지 않는 봄날)를 살아가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는 둘째 딸 아이를 데리고 읍내로 가셔서는 황혼녘에 집으로 혼자 돌아오시는 아버지는 약주를 드셨는지 흐트러진 걸음으로 돌아오신다. 
딸을 읍내 부잣집의 식모(집안 일하는 소녀)로 맡기고 그 대가로 쌀 두 섬을 받아와 그것으로 온 집안이 춘궁기를 넘기는 것이다. 

한 공동체가 살아가는 데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희생하여야 공동체로 생존할 수 있다. 극한 상황에서 희생을 하는 지체가 있을 때, 난관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가 있다. 

그런데 60년대 농경시절 가장 부덕한 여인상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가족 필요 식량을 허비하는 주부였다. 떡 장수가 떡을 팔러 다니면 떡이 먹고 싶은 주부는 쌀로 떡 값을 치르고 떡을 사서 먹었고 이런 행동을 하는 주부를 마을에선 부덕한 여인으로 지칭했다. 

덕스러운 여인은 온 식구를 위해서 온갖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헌신하며 정작 자기를 위해서는 철저히 인색한 여성을 존경하였다. 
남편과 부모, 그리고 자녀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어머니 자신은 항상 뒷전이었던 그 희생을 숭고히 여겼던 것이다. 

이러한 선행은 비단 가정만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검소하기 몸에 배어 심지어는 양말을 꿰매어서 신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적 지도자는 근검절약하고,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멀리 하는 것은 덕목으로 여겼다. 총리를 지낸 이의 와이셔츠 깃이 헤어져 꿰매어 입고 다니는 미덕은 국민들을 감동시키곤 했다. 

물론 이러한 개인의 검약이 국가의 경제에 대단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나 국민정신이 지도자에게 신뢰와 존경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크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의 자기 신념을 이루기 위해서 국가를 희생시킨다면 이것은 매국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북한을 들어 ‘국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라고 말을 할 때,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렇다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대표도 아닌 김정은과 회담을 했단 말인가? 

세계는 북한을 핵무장한 위험한 국가로 분류하며 유엔 안보리는 북핵 포기를 위한 제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러한 세계정세를 무시하고, 가장 위험하고, 피해 당사국의 대통령이 북한 제제완화를 호소하며, 세계 순방 외교를 할 때, 세계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대통령이 북한 제제완화를 제안하자 상대국 대통령이 일언지하에 거절했을때 대한민국의 국격이 무엇이 되는가?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외교부서는 두 정상의 회담을 사전 조율 없이 성사를 시켰다는 것인가? 
이웃 동네 어른들도 서로가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는 어느 정도 중재자를 통해서 조율을 한 후 만나서 좋은 결과를 얻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대통령 공약 사항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일자리 만들기’였다.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다. 일자리란 시장이 만들어낸다. 

사회주의 국가라면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모든 기업은 국가 기업이고, 모든 재산은 국가의 재산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국가 주도의 공동생산을 하고 균등분배로서 배급을 주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국가가 국가의 예산으로 효율성도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인건비를 지급한다면 사회주의에서나 할 법한 시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시장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며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의 이윤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하므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일자리가 바른 일자리이다.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면 국고를 낭비하고, 국부가 허약하게 만들고, 국민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며, 국민이 국가에 의존하여 무위도식하는 국민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신념을 실현한다면 식구의 식량을 내어주고 떡 사먹는 부덕한 주부보다도 악덕하다고 누가 일컫지 아니할까? 

낙엽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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