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남초등학교 21회 졸업생 나영옥

나의 살던 고향은,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심곡리 540번지 
아스라이 멀어져간 기억 속에 떠오르는 어릴적 살던 
소사남국민학교(부천남초등학교) 앞 우리집주소 소사읍 심곡리…
까마득한 그 옛날 친구들과 놀던 유한양행(지금의 삼익아파트) 
산등선에서 내려다 보이던 늦은 봄날은 온통 복숭아 꽃밭이였지요.

그 사이로 흐르는 냇물에서 물방개, 소금쟁이와 물놀이하고 
해질녘이면 학교 앞 둔덕에 있는 친구네 평상에 누워 
콧잔등에 주근깨가 유난히 까맣던 혜숙언니가 들려주던
'할멈할멈 떡 하나주면 안잡아 먹지~’로 시작하는 여우이야기와 
혹부리영감 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같은 내용도 할 때마다 배우같은 몸짓과 낭랑한 목소리로 
실감나게 들려주던 혜숙언니의 옛날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밤하늘에 유리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유난히 빛나던 별들...

손 내밀면 한움큼 잡힐 것 같던 은하수 자락은 
다시 한번쯤 돌려보고 싶은 멋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직도 내 가슴에 들어와 있는 그 때와 
엄마처럼 따뜻했던 혜숙언니가 새록새록 그리워 집니다.

장 보러 갔던 엄마가 깡시장에서 성치않은 복숭아 한 대야를 
헐값에 이고 오시면, 단물이 손등을 타고 흘러 옷에 얼룩이 지는 줄도 모르고
껍질 술술 벗겨가며 아침밥 대신 배를 채웠던 그때 그 꿀복숭아 맛은 
이제 어디서도 만나볼 수가 없습니다.

수돗물이 귀했던 그 시절 묵은 빨랫감 모아 나서는 엄마 따라 약수터에 올라
개운하게 머리감고 널어놓은 빨래가 마를 때 기다리며 아카시아 잎 따기
가위바위보 놀이로 전사람 아마에 꿀밤을 먹이며 동생들이랑                  까르륵대며 웃던 그곳은 물맛이 좋고 매끈거리는 맑은물이 
작은 계곡처럼 돌사이로 흘러 넘쳤던 곳이었습니다.

그 약수터 조금 더 지나 하우고개는 초등학교 시절 단골 소풍 장소 였지요.  
소풍가서 보물찾기 할때면 천성이 야물지 못했던 나는 늘 허탕이었고
여러장 찾아낸 발 빠른 친구의 보물쪽지를 귀한 사이다 한 모금과 맞바꿨지요.

보물쪽지와 교환한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파릇파릇 풀내음 같았던 기분 좋은 향은 
지금도 그 잊지 못하고 기억이 생생히 스며들어 있는 듯 합니다.

중학교 시절 미싱공장 지나 33사단 부대앞 논밭에 일부러 물을 채워 놓았는지
얼음판이 생기면 스케이트 타려는 아이들이 많이 모였지요.
언니가 타던 스테이트를 몰래 갖고 나가 좁은 얼음판에 직선거리가 짧아
코너에서 빙빙돌다 엉덩방아 찧으며 엉거주춤한 나에게
그럴싸하게 미끄러지듯 씽씽 달리는 모습이 멋져 보였던 동네 오빠들이
가르쳐주겠다고 손이라도 내밀면 어쩔줄 모르고 콩콩대던 가슴으로
수줍기만 했었던 그 시절도 그리워 집니다.  

여고생 시절 소사역전(지금 부천역전 남부역)에는 중앙당 빵집이 있었지요. 
연탄난로 위에 물을 끓여 단지속에 따뜻하게 데워 팔던
하얀 병우유와 세상없이 고소하고 달콤했던 단팥빵이 먹고 싶어 
늘 부족했던 용돈을 타내느라 부모님께 이런 저런 핑계대고 잔머리 굴려가며
거짓말 했던 그런 시절도 모두 다 세월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그 많았던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지며 언젠가는 사라질까봐 
두려워지는 칠십을 앞에 두고 아직도 고향을 품고 사는 
주변머리 없고 고지식한 할머니가 되어, 
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어릴적 기억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지난날을 그리워하며 흥얼거려 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곳에서 놀던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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