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각종 몰카 사건을 정말 많이 접하고 있는데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경우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상 카메라 등이용촬영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일전에 위와 같은 사례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었고 언론에 대서특필 된 적이 있었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그런데 해당 판결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해당한다고 뒤집혔습니다. 레깅스 입은 뒷모습 몰카도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며,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해당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법원 2019도16258)

1. 사실관계

버스 뒷문 쪽에 앉아 있던 피고인은 버스에서 하차하기 위해 뒷문 버스카드 단말기 앞에 서 있는 피해자의 레깅스를 입은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 뒷모습을 약 8초 동안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동영상 촬영함. 이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됨. 

2. 판단

1심 : 피고인이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함.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함.

2심 :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위와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으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함. 

대법원 :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이른바 몰래카메라의 폐해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촬영 및 반포 등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신설된 조항으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및 일반적 인격권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 확립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며, 구체적으로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함이며,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판단함. 

피해자가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이 표출된 경우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적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느끼는 다양한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로 하여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을 느낄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 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하여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촬영의 결과물을 고려하여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하였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함. 따라서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촬영하거나 촬영 당하였을 때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깅스 하의를 입고 있어,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의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는 모습이었으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대상이 되는 신체가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의복이 몸에 밀착해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봄. 

같은 신체 부분이라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상황 하에서, 어떤 방식으로 촬영되었느냐에 따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며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은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모습이 타인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봄, 

피해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생활의 편의를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촬영 당하는 맥락에서는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돌려보냄.

3. 하변생각

한때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의정부지법 레깅스 무죄 항소심 판결. 아마 이례적으로 해당 재판부에서 판결문 별지에 해당 불법 촬영물 사진을 첨부해서 더 논란이 됐었는데요.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준다며 다른 판사들이 판결문 열람 제한조치를 요구하는 등 법원 내에서도 파문이 일었었습니다. 

당시 기사 댓글에는 요즘 여자들이 민망한 레깅스 입고 활개 치고 다니는데 그거 촬영한 게 무슨 죄냐, 보라고 입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글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레깅스든 미니스커트든 그런 옷을 입었다고 하여 본인 의사에 반해 촬영 당하고 타인의 성적 대상이 되어도 문제없다는 논리는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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