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 조윤령 관장, 청개구리 밥차 이정아 대표

[부천신문] 2020년 3월, 코로나19 펜데믹 격상으로부터 한해가 넘게 지난 현재. 이 질병은 인간이 속한 많은 공동체를 해체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해체는 인간의 고립을 심화시켰으며, 이로인해 가장 큰 피해를 사회적 약자들이 입게되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에 더불어 초 저출산 시대에서 고립되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아이들의 현실

어린시절 유치원, 학교를 다니며 형성되는 교우관계는 매우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시절 친구들이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들과의 교우관계가 한 사람을 구성하는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나기는 커녕 만남의 기회조차 잃고 있다. 

우리 아이들 이대로 괜찮은걸까?

외면하지 않는 어른들

부천시 송내어울마당에서 고립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두 어른을 만나 인터뷰했다. 바로 부천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 조윤령 관장과 청개구리 밥차 이정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 조윤령 관장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 조윤령 관장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관장 조윤령)은 부천시에서 건축한 시설인 송내어울마당 3층에서 부천YMCA가 민간위탁운영하는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을 실현한다'는 목적아래 활동하고 있는 기관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수련시설로 등록되어 있으며,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 수업과 길 위의 학교(생태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있다.

청개구리 밥차(대표 이정아)는 부천북부역에서 방황하는 길거리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한끼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해, 현재 '사회적 가족' 맺기,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목적으로 위기의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는 민간 봉사활동 단체이다. 최근 부천원미서에서 '블루캅'으로 선정된 청개구리 밥차는 지역 청소년들의 지킴이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아래는 본지 권슬기 기자가 조윤령 관장과 이정아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권 기자 : 코로나팬데믹이 1년이 지난 현재, 온/오프라인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환경은 어떠한가?

이정아 대표 : 교육부에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 중, 가정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점심만 해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수업을 듣도록 지침을 내렸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신청조사를 진행해 총 9명이 신청했으나, 이들의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작년 부천에선 학교 급식 꾸러미를 통해 지원했으나 올해는 어떤가? 점차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

적어도 제대로 된 밥은 먹여야 된다'는 생각으로 부천역에 모인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었고, 지도해줄 수 있는 어른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때, 청소년문화의집 조윤령 관장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정아 대표(왼쪽)와 조윤령 관장(오른쪽)
이정아 대표(왼쪽)와 조윤령 관장(오른쪽)

조윤령 관장 : 
청개구리 밥차에서 이정아 대표님이 코로나 직후 학교, 공공기관이 모두 문을 걸어잠글 때, 갈곳없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감싸안는 모습으로 감동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관은 어떠한 활동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문제를 가정의 문제해결로 미루는 현실을 목격하고 아이들은 해소할 곳없이 점차 고립되어 온라인 세상에 매몰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코로나로 인한 신체적 위협도 크겠지만 아이들에겐 정신적 위협이 더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더는 두고볼 수 없어 시설을 개방했고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권 기자: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떠한 과정들이 있었나?

조윤령 관장: 
청소년 건강한 문화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지역의 복지 또한 담당하고 있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에 돌봄 사업까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2~3개월 동안 폐쇄명령으로 인해 돌봄을 받고 있던 40여명의 아이들의 돌봄도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기 어려워 시에 시설 개방을 건의했으나 개방은 불가했고 직접 찾아가 가정방문을 할 수 있게끔 설득해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

현실은 상상보다 더 참혹했다. 한 아이는 부모의 돌봄을 전혀 못받는 상황에서 심각한 건강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지켜만 볼 수 없어 병원에 데려갔고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아이의 질병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는 질병들을 앓고 있었다. 당시 아이의 나이는 불과 14살이었다.

어떤 아이는 가정폭력에 노출되어있거나, 심할경우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화가났다. 직후, 시에 시설을 개방하여 적극적 돌봄을 가능하게 할 것을 건의했다. 이로인해 간담회가 개최되어 긴 논의 끝에 방과후 돌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엔 지속적 돌봄이 가능해졌고, 많은 부모님들이 감사인사를 전해주셨다. 


권 기자:  그간의 경험을 통해 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셨을 것 같다. 몇가지 말씀해주신다면?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

조윤령 관장:
우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식사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아이들의 경우 도시락의 형태로 가져다주면 잘 챙겨먹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식사를 '같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정아 대표님의 활동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식사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더해 아이들은 꼭 놀게 해줘야한다는 생각이다. 한번은 아이들이 복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도중 마주친 적이 있다. 아이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얼마나 놀고싶을까. 마음껏 뛰어 놀라고 이야기 해주었고 '문화의 집'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의 집에는 '행복 놀이터'라는 공간이 있다. 직원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특정 다수의 아이들에게 공간을 개방했다. 한 달반동안 아이들의 에너지가 폭발했다. 그간 억눌린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데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한번은 놀이터에 들어가서 놀아주는데 아이들이 뜻밖의 요구를 했다. 바로 업어달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고팠던 것이다. 아이들은 안아주고 업어주고 하는 스킨십을 원했다.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건 따뜻한 사람의 품이었다. 아이들과의 교류로 반대하던 직원들도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한 거리 청소년 아이가 문화의 집으로 들어오고 싶어했는데 어린 아이들을 괴롭힐까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괴롭히긴 커녕 오히려 아이들을 챙기고 돌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앞에서 욕설도 하지 않았다.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이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있는걸까? 공동체의 회복의 힘으로 아이들은 변화한다. 공동체의 회복의 힘.

이정아 대표 :
누군가는 이 시기에 학교에 안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여행가고 다양한 경험 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일자리를 위협받고 힘든상황. 모든 사람이 여력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의 위협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정신적인 고립으로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면 안된다. 공공의 역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바이러스의 위협) 만나고 돌봐야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신경쓰지 않는 현실이다.

온라인 강의의 현실도 진정 교육이 되고있는가? 학구적 교육조차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길위의 학교의 수업과정으로 한 주에 한 번 생태교육을 가는데 아이들이 학교보다 더 좋아한다. 심지어 학교를 결석하고도 가고 싶어한다. 이러한 아이들의 선택과 요구에 우리 사회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까?

적어도 상식적인 선에서 핑계를 대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해야할 시기인데. 그저 지나갈 시기라 생각하고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시기가 변화의 시그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리는 곳이 없다. 그저 일시정지의 멈춤의 시그널이 아니다.
철저한 방역과 위험을 무릅쓰고 만나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주의적 사회, 양극화의 극한.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 초 저출산. '공동체 회복'의 가치를 생각해야한다.

그저 운영하는 이들의 탁상공론이 그들을 보호할 수 없고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를 지킬 수 없다.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적극적으로 지역의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 

권 기자 : 아이들이 이러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이정아 대표 : 아는 애들만 안다.

조윤령 관장 :  도서관에서 부모님이 데려옴. 불특정 다수.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오히려 대부분 잘 케어받는 아이들이다.

이정아 대표 :  정보력의 차이는 경제력의 차이다.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경제력.
정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사각지대로 더 놓이게 된다.

선진국(일본, 싱가폴)의 예를 보면 아웃리칭이 필요한 것을 느낀다. 
멋진 건물, 돈 퍼부어서 좋은 공간을 만들어 놓아도 실상 오는 아이들은 경제력이 받쳐주는 부모의 아이들만 온다. 양극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기자: 청개구리의 활동이 아웃리칭의 대표적사례라고 볼수 있던데?

이정아 대표 : 잘 차려놓고도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들은 더욱 어두운 곳으로 숨어 들어간다.
좋은 예로 영국은 기차역 앞에서 텐츠를 치고 아이들은 만난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전문가가 상담과 진료를 받고 바로 민간위탁보호를 한다. 그 동안 전문가의 분석으로 이후 관리를 꾸준히 한다.

우리나라는 그 와는 완전히 반대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시설로만 풀어낸다. 심지어 그 시설이 아이들에 비해 충분하지 않아 길거리에는 아이들이 넘친다. 시설이 하는 영역은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이들 케어활동에 제재가 들어오는 데 반면, 민간 영역은 하지말라고 압박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민의 건강한 활동이 필요하다.

사각지대로 찾아가야 하는 필요성을 외면해선 안된다.

 

권 기자 :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구체적 교육과 수업은 어떤 것이 있나?

문화예술 수업 / 길위의 학교 (자연으로 나가서 환경 생태교육)

조윤령 관장:
길위의 학교는 초등학교 아이들은 뒤에 있는 성주산에서 체험을 한다.
거리 청소년 아이들도 데려간다. 그 아이들은 공부를 원하지 않지만 체육도 공부, 여행도 공부다, 하니 아이들은 그런 공부를 원했다. 수학, 영어 등 학문적인 공부는 원하지 않는다는 요구를 해왔다.

문화예술 수업으로는 전통 아프리카 음악을 배우고 있다. 악기 합주를 통해 아이들의 속에서 응어리가 터져나오면서 건강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 문제가 있다. 현재 수업을 진행하는 아프리카 선생님 두 분이 있는데, 그들의 수업비 예산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강사비가 일절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수업을 받고 싶어하지만 수업료가 없어 선생님들께 진행이 불가함을 전달했는데, 선생님 두 분은 레슨비용은 돈이 없는 것으로 수업을 안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된다,하며 아이들이 원하니 계속 수업을 하겠다고 했다.

아이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아끼고 돌보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일반적인 수업은 어려운 예술가들의 생계가 되었기에 정해진 레슨비와 그 강습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끝나기에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것은 불가한 상황이다. 그래서 두 분의 아프리카 선생님들께 너무 미안하지만 감사하다.

우리의 사회도 그랬던 과거가 있다.
우리도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정'으로 '사랑'으로 보살피던 힘들고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과거.
어느새 이러한 과거를 잊고 자신의 성공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현실이 문제라 인식하는 것조차 알아달라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조윤령 관장:
저희는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부터 세운 큰 목표는 공동체 회복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다. 건전한 축제 문화와 지역에 웃으며 인사하고 다닐 수 있는 이웃들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현재는 완전히 공동체가 깨진 상황인데, 여기서 만나는 아이들이 마음을 열면서 아이들을 주축으로 공동체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이 속에서 같이 배우고, 같이 활동하며 웃을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공동체의 필요성을 더욱 느낀다. 코로나로 인해 유리장 처럼 다 깨진 것을 보니 우리나라가 참 약해진 이 깨진 것으로 인해 가장 힘든 사람은 약자들이다. 공동체 회복은 시민들이 참여해야 가능한 일이다.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와 청개구리 밥차는 열려있다. 

이 곳뿐 아니라 지역마다 센터가 있다.

 

많은 '어른'들의 관심과 실질적 활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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