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인천본부 시흥지사 전력공급부 남민우 인턴
한전 인천본부 시흥지사 전력공급부 남민우 인턴

[부천신문_기고]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지만, 이번 봄은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꺼진 불씨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던 코로나는 잊을 만하면 산불처럼 번져나가 모두에게 버거운 시간을 만들고 있다. 나 또한 한국전력공사의 인턴으로서 봄을 맞았다.

 
인턴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일까. 인턴 생활을 하며 고민해보았다. 같은 식구일까 생각이 들다가도 완벽한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이 수행하는 업무는 극히 제한적인데, 그 이유는 안전상의 이유로, 또는 보안상의 이유였다. 물론 인턴 수행 업무에 관해 현실을 모르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
 
혹자는 ‘체험형 인턴’에 관해 날이 선 비판을 했다. 나 또한 그러한 비판에 공감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인턴에 지원했던 이유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황의 늪 때문이었다. 희망은 꺼져가는 불씨처럼 온기를 잃었고, 얼어붙은 취업 시장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이었다.
 
지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지사는 순환 근무를 통해 한전이 수행하는 전체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또한, 지사의 사람들은 3개월이면 떠날 우리 인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열정적으로 그들의 업무를 소개해주었다. 업무뿐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일러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곤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강하게 소통하는 방법과 존중을 배웠다. 공학을 전공한 내가 순환 근무를 통해 사무 직렬의 업무를 경험해 본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떤 일이 더 힘들다기보다 기술 직무와 사무 직무 모두 서로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턴 과제를 하며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으며 팀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 업무를 하며 깨달은 것도 있었다. 고객지원부에서 소상공인 코로나 지원금에 관한 업무를 하며 펜더믹이 관통한 우리의 삶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더 힘들고, 덜 힘들겠지만 결국 모두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전력공급부에서 일하며 전기라는 에너지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 정전 현장에서 수만 볼트의 전력선을 다루는 직원들을 보며 우리의 목숨을 걸어서 전기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전력공급부의 차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전인’이라는 소속감으로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현직자들의 업무처리 과정을 보고 들으며 언젠가 나도 이런 업무를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팀의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존재 자체가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은가 고민할 때도 있었다. 아무튼, 벌써 5월은 저물어가고 계약 종료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이 많은 성격 탓일까. 미련 없이 시흥 지사를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따뜻하게 반겨주었던 시흥 지사 고객지원팀 송해룡 차장님과 대리님들, 전력공급부의 배전 운영팀과 김지원 대리님, 정신적 멘토 김주상 대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수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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