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
우리 이웃들 따뜻한 이야기 잔잔한 화제
‘난 어떤 ‘선한 영향력’ 발휘하고 있을까?’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부천신문] 추석 명절이라면 넉넉한 마음을 베풀며 평소에 돌보지 못한 이웃도 돌아보는 훈훈한 시간이어야 할 텐데, 2021년 추석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누구에게나 반갑지 않은 명절이었을 것이다. 

추석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이동량이 급증하여 코로나19 확진자도 증가하리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고, 10월 들어서도 2천명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선한 영향력’으로 이웃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기쁜 소식도 있었다.

추석 이튿날이던 9월 22일 밤 11시 6분, 힘든 하루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탄 청년은 지갑에 버스카드가 없는 걸 알고는 버스 기사에게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버스 기사는 “그냥 타고 가세요.”라면서 그대로 달렸다. 

버스 기사 덕분에 편하게 귀가한 그는 나흘 뒤 버스 회사를 찾아가 버스비와 텀블러 30개 그리고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청년이 전한 편지에는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던 상황에 기사님이 보여 주신 선행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의정부 지역 커뮤니티에 알려져 화제가 됐다.

대전 신탄진에서 13년째 잔치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카드 결제 금액을 잘못 입력하는 실수로 곤란한 적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3만원인 금액에서 0을 하나 덜 눌러서 3천원만 결제될 때가 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카드사에 설명하고 카드사가 손님에게 연락해서 원래 가격대로 밥값을 치르라고 하면 실수는 업주에게 있다면서 ‘반 값만 내겠다’ 또는 ‘전화하지 말라’는 경우가 있었고, 이번에는 인터넷 문제로 카드 결제가 자동 취소됐다고 한다. 

손님은 자기가 취소한 기억이 없는데 취소 건수가 있어서 확인하니 계산이 안 됐다는 것을 확인한 뒤 카드사에 연락하고 식당 주인에게 죄송하다는 전화와 계좌번호를 물어 바로 입금을 했고, 식당 주인은 문자로 감사 인사를 전했으며, 손님은 오히려 자기가 실수해서 죄송하고 가성비 좋은 집이라서 단골이라는 답을 보내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소식이다. 

‘선한 영향력’의 근원은 아마도 신약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사람은 당시 유대인이 가장 하층민으로 취급하던 사마리아인이었고, 신앙심 깊은 사제와 레위인(Levitesㆍ구약성서에 나오는 야곱의 셋째아들인 레위의 직계 자손들)은 그 상황을 모른 체하며 지나쳐버렸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장 큰 가르침을 보여 주며, 이는 종교를 떠나 우리 사회에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위에 든 사례처럼 비록 작지만 진심으로 이웃을 배려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지 않겠는가.  

자, 이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다. 내가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나는 어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 오늘 저녁에는 동네 식당에 들러 식사 한 끼 하면서 ‘음식 맛이 좋다’는 인사 한 마디라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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