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게 사람 마음… ‘원팀’ 가장 중요
생채기 빨리 아물게 하는 ‘포용의 지혜’ 필요”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김인규 전(前) 부천시 오정구청장

[부천신문]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현실에서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가 결정됐다. 

우리는 각 당의 경선 규칙에 따라 진행된 지역 순회 경선과 TV토론 등을 통해 양당 후보들의 면면을 보았고,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회자(膾炙)된 말 중에 하나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야 대선후보와 관련된 이런저런 모양이 국민들을 헛갈리게 하고 있기 때문인데,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후보들의 의혹이다. 양당 후보들에 대한 범죄 기록은 물론 본인과의 직·간접적인 의혹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고 진행형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이다. 이미 보도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력 후보들이 호감보다는 비호감도가 높다는 여론이 거의 60%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셋째,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이다. 후보로 나서지 않은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도덕적으로 자신 있게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인 만큼 검증 단계에서 드러난 여러 사실들을 볼 때 의구심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까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기간 동안 여야 후보들이 자신을 향한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솔직하게 해명하고 믿음을 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는 잘 해소될 것으로 본다. 

대선 후보가 결정된 지금 시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상처받은 같은 진영의 지지자들까지 모두 아우러는 ‘원팀’을 꾸려서 선거운동에 나서느냐일 것이다. 

작은 선거든 큰 선거든 간에 경선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후보가 쉽게 경선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는가. 

필자도 지방선거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경선 과정에서 보고 느낀 여러 섭섭함과 배신감을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지게 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다 털어버린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물리적으로 아직 기회가 있고 큰 경험의 자산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생의 한번이라는 기회가 없어진 사람에게는 그 상실감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네델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말년에 병원 신세를 질 때의 일화다. 고흐가 병실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는데, 한 사람이 물건 포장에 사용하는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그 사람의 앞가슴에 ‘잘 깨짐(Breakable)’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것을 본 고흐는 “사람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존재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뒷모습을 보고는 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등에는 ‘취급 주의(Be careful)’라고 쓰여 있었다. 

유리는 깨지기 쉽고 한번 깨지면 다시 쓸 수 없다. 깨지면서 생긴 유리 파편은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도 이런 유리 같은 게 아닐까. 

경선 과정에서 경계를 넘어선 말들이 유리 파편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했을 것이다. 

경선은 막을 내렸다. 이제 그동안 마음에 박힌 유리 파편을 뽑아 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경선에 승리한 후보를 비롯하여 캠프의 구성원들이 패배한 후보와 그를 도왔던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막걸리 한 독아지 놓고 하룻밤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상처를 풀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경선 결과 발표 이후 및 직후 패배한 여야 후보들이 승복하고 ‘원팀’을 향한 다짐을 보여줬다. 

패배한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에 대해서도 ‘원팀’의 일원으로 감싸 안는 품을 보여 주고, 앞으로 치열하게 펼쳐질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포용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여야 대선 후보 가운데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같은 진영 내 생채기를 얼마나 빨리 아물게 하고 진정한 ‘원팀’으로 똘똘 뭉쳐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나서느냐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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