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자녀가 이혼 등으로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안되어 조부모·외조부모가 대신하여 손주를 양육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집을 나가버린 남편과 이혼 소송 중 사망한 딸을 대신하여 손주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손주를 양육한 외할아버지가 손주의 친부이자 사위에게 양육비를 청구해 인용받은 판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대법원 2019스621) 

1. 사실관계

A씨와 B씨는 결혼하여 슬하에 C를 두고 있음. A씨와 B씨는 결혼 초부터 고부갈등이 심했는데 A씨가 직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요양하는 중에도 고부갈등은 계속되었음. B씨는 A씨와 모친 사이를 중재하기는 커녕 모친의 편을 들다 결국 집을 나가 시댁에서 지내며 별거를 시작함. B씨는 별거 직후부터 A씨에게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재산분할 및 양육비 문제로 협의이혼에 이르지 못하였고 A씨 홀로 C를 양육함.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 등 소송을 제기하였고 B씨도 이에 반소를 제기하여 소송 진행 중 A씨가 사망하여 이혼소송이 종료됨. 그 무렵부터 A씨의 부모님이 C를 맡아서 양육함. A씨의 부친(C의 외할아버지)은 B씨를 상대로 법원에 미성년후견 및 친권상실심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B씨는 C에 대한 친권 중 보호·교양권, 거소지정권, 징계권, 기타 양육과 관련된 권한을 제한하고 C의 보호·교양권, 거소지정권, 징계권, 기타 양육과 관련된 권한에 관하여 외할아버지를 C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함. 

B씨는 A씨와 이혼소송 중 법원의 사전처분에 따라 A씨에게 양육비 월 7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A씨가 사망하고 외할아버지가 C를 양육한 무렵부터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음. 이에 외할아버지는 B씨를 상대로 C에 대한 과거양육비와 장래양육비를 청구하는 양육비소송을 제기함.

2. 판단

1심 : 가사소송규칙 제99조에 따르면 양육에 관한 처분과 변경 및 친권자의 지정과 변경에 관한 심판은 부모 중 일방이 다른 일방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외할아버지에게는 양육비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보아 외할아버지의 양육비 청구를 각하함.

2심 : 가사소송규칙 제정 이후 민법에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문이 추가됨. 따라서 부모가 사망, 친권의 일부 제한 등을 원인으로 사건본인을 양육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고 제3자가 사건본인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사건본인을 양육할 권한이 있는 경우,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그 제3자는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다른 일방 부모에게 양육비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봄. 

​즉 외할아버지는 가정법원으로부터 C의 양육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고 현재까지 C를 양육하고 있으므로 C를 양육하지 않는 비양육친인 B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음. 

B씨의 재산상황 및 경제적 능력과 나이, A씨의 이혼 소송 중 사망으로 A씨와 B씨가 혼인생활 중 형성한 재산이 모두 B씨에게 귀속된 점, 외할아버지가 C를 양육하게 된 경위, C의 나이와 외할아버지가 양육한 기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양육비를 결정함.

비양육친인 B씨는 C를 양육하고 있는 외할아버지에게 과거양육비로 2,800만 원을 장래양육비로 매월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외할아버지 청구를 일부 인용함.

대법원 : 친권의 일부 제한이 선고된 경우에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그 밖의 권리와 의무는 변경되지 않음.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부모의 친권 중 양육권만을 제한한 경우에도 부모는 여전히 미성년 자녀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함. 그러므로 미성년후견인이 민법 제946조에 따라 친권자를 대신하여 피후견인인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더라도 그 양육에 필요한 비용은 종국적으로 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갖는 부모가 부담해야 함. 

피후견인인 미성년자녀를 충분하게 보호·교양하기 위해서는 후견사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 즉 양육에 필요한 비용의 원활한 확보가 필수적임에도 미성년후견인에게 양육비심판을 허용하지 않으면 현행 민법, 가사소송법상 미성년후견인이 비양육친에 대하여 미리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피후견인인 미성년자녀를 충분하게 보호·교양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함. 

​미성년후견인이 자신의 재산으로 피후견인을 양육한 경우 미성년자녀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비양육친을 상대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지출비용(과거양육비)의 상환을 구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녀의 양육에 관한 권한만을 가지고 미성년자녀의 재산적 법률행위에 관한 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을 갖지 못한 미성년후견인으로서는 장래양육비를 확보할 수 없게 되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함. 가정법원이 미성년자녀의 복리를 위해 부모의 친권 중 양육권을 제한하고 직권으로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했음에도 위와 같이 장래양육비를 확보할 수 없는 문제로 피후견인을 충분히 보호·교양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친자법의 기본 이념인 '자녀의 복리'와 이를 위해 개정을 거듭해 온 민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봄.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혼인공동생활 가운데 성장할 수 없는 경우 자녀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양육비의 적시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와 같이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혼인공동생활 가운데 성장할 수 없고 친권으로부터 양육권이 분리되는 상황의 유사성,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미성년후견인의 비양육친에 대한 양육비청구를 긍정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하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인 점 등을 종합하면, 친권의 일부 제한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권한을 갖게 된 미성년후견인도 비양육친을 상대로 양육비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함.

따라서 미성년후견인인 외할아버지가 비양육친인 B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B씨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함. 

3. 하변생각

사실 저도 위 판례를 보기 전에는 조부모가 손주를 대신 키워주면 당연히 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거 아닌가. 하고 간단하게만 생각했었는데요. 위 사안은 법원에 의해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조부모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아닌 가사소송법상 양육비청구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으로서 1심에서는 무려 각하되었다가(자격이 없다) 2심에서 뒤집히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례입니다. ​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사후적인 것으로서 한마디로 애 다 키우고 또는 그때그때 소송을 제기해서 양육비 상당을 받아내는 거지만 가사소송법상 양육비 청구는 장래를 향하여도 따박따박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니 "자의 복리"에 이보다 더 맞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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