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업무자료를 백업하지 않고 사용하던 노트북을 포맷한 후 인수인계도 하지 않은 채 퇴사했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까요?​

이에 대하여 퇴사 직전에 회사의 공용폴더로 백업을 하지 않은 자료를 인수인계 없이 삭제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법원 2017도16384)

1. 사실관계

A사 본부장으로 일했던 피고인 B씨는 피고인 C씨 등 핵심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비슷한 시기에 함께 퇴사한 뒤 동종업체를 설립해 A사와 유사한 영업표지를 제작해 상당기간 사용하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됨.

​또한 피고인 C씨 등은 매월 공용폴더에 자료를 백업하도록 한 A사의 방침에도 불가하고 퇴사 전 3개월간 자료를 백업하지 않고 퇴사 직전 사용하던 노트북을 포맷한 후 인수인계 없이 퇴사하여 부정경쟁방지법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됨.

2. 판단

1심 : 피고인 B씨의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혐의와 피고인 C씨 등의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 피고인 B씨에게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피고인 C씨 등에게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함.

2심 : 피고인 C씨 등은 퇴사 무렵 업무용 노트북에 저장돼있던 업무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함으로써 A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A사가 이들의 범행으로 영업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며 그 피해가 회복되지도 않았음. C씨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A사의 경영업무가 방해되었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단되며 이들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 업무방해의 범의도 있었다고 판단. A사와 유사한 영업표지를 사용한 행위는 일반 수요자가 A사의 영업표지와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함.

​피고인 B씨에 대한 형이 가볍다고 판단해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 B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함. 피고인 C씨 등에 대한 항소는 기각함.

대법원 : 퇴사 직전에 회사의 공용폴더로 백업을 하지 않은 자료를 인수인계 없이 삭제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음.

피고인 B씨에게 징역 10월 피고인 C씨 등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함.

3. 하변생각

업무방해죄의 행위태양 3가지 중 특히 위계니 위력이니 이런 말들은 생경하게 들리는 어려운 법률용어 중 하나인데요. 판례는 위력에 대하여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또는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억압적 방법"을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통상 문제되는 사례들을 보면 어떤 유,무형의 "힘"을 보이면서 사업장에서 겁을 주는 요런 행위들이 많은데 회사에 필요한 자료를 백업 없이 삭제해버린 행위도 위력으로 판단하였네요. 퇴사자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형법상 처벌은 구성요건에 꼭 명확히 기재된 행위만을 처벌하므로(죄형법정주의) 어느 행위태양에 해당하느냐 문제는 보기보다 참 중요한 문제랍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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