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효정, 강영길 부천북부광장 햇살가게 사장
예담 무료급식소 공동 운영

부천북부역 8번출구 인근 햇살가게 전경
부천북부역 8번출구 인근 햇살가게 전경

[부천신문] 버스노선과 택시 노선 등 차도로 혼잡했던 부천북부역은 2016년 마루광장으로 깔끔하게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청마루처럼 다양하게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잘 보이지 않던 노숙인들이 부천역 마루광장에 나와 쉴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릴때 그들에게 애정어린 마음으로 다가간 두 사람이 있다.

강영길 국숫집 사장(왼쪽)과 주효정 탕수육 가게 사장(오른쪽)이 국숫집 앞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국숫집과 탕수육가게는 부천역 8번 출구 옆에 있다.

부천북부역에서 분식(햇살가게-24)을 파는 강영길(62)사장과 탕수육(햇살가게-28)을 파는 주효정(55)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예담 무료급식소'라는 이름으로 배고픈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프고 쉴 곳이 없는 이들에게 갈 거처를 마련하며 사회로의 복귀를 돕고 있다.

국수를 대접하는 강 사장은 처음에는 신앙심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장사 안되던 날, 남은 김밥 몇 줄을 팔고 그 돈으로 이불 덮고 바닥에서 자는 사람을 만화방으로 보냈던 일을 떠올렸다. 발로 뛰는 주 사장은 추운 겨울 밤에 마루에서 쓰러진 사람들은 없는지 확인하느라 밤새 부천역 인근을 돌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사정을 이해하니 행동력은 뒷따랐다.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된 건 7여년 전부터 기관에서 법적이나 인권으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도와야할지 난감할 때 장애인을 돕는 경기도장애인 희망나눔협회의 박영애 대표의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고 한다. 명의도용 등 법적으로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들의 주소지를 부활시키기 위해 원룸이나 고시원으로 한달 월세를 마련해주고 식사를 지원해주며 현실적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오고 있다. 

이들이 만난 노숙인들은 주로 40~50대로 알콜중독이거나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 등 현실적으로 기관의 쉼터 같은 곳에서 지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누나'와 '엄마'가 되어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가 매운 쓴소리도 하고 뒷바라지를 하며 지켜주고 있다. 주 사장은 "우리가 민간이기에 가능하다. 그들에게 깊이 들어갈 수 있고 우리는 항상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햇살가게 국숫집을 운영하는 강영길 사장
햇살가게 국숫집을 운영하는 강영길 사장

처음에는 모함과 오해가 벽을 만들었지만 꾸준하게 마음을 열어 눈높이를 맞추고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가 쌓여갔다. 또 인근 상가사람들도 불편해하고 오해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들이 노숙인에게 동네 가족이 되어주면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부천북부역에서 노상가게를 운영한지 25년이 되어간다. 그들에게 '장사'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항상 보이던 사람이 2-3일 안보이거나 연락이 안되면 찾아나선다. 스스로 집안에 갇히며 고독사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보았기에 경우도 종종 보았던 터라 걱정이 앞서는 마음이다.

사무실에서 이제까지 만나온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주효정 사장
사무실에서 이제까지 만나온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주효정 사장

현재 주효정 사장은 부천역 인근에 사무실을 구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경기도장애인 희망나눔협회(박영애 대표)와 청개구리밥차(이정아 대표)와 함께 공예품 등을 만들어 플리마켓을 부활시키고자 한다. 또한 정신적인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전문가 및 교수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살예방한국연맹 부천지부'를 이번 달 말경 설립 예정이다.

주효정 사장은 "시민들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단절을 경험했다. 점차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과 눈길만이라도 주길 바란다. 우리 모두 느껴봐서 알겠지만 외로움엔 작은 관심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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