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 목사
윤대영 목사

[부천신문] 성남시 대장동 사건은 아직 안개 속에 있다. 드러난 것은 농민과 시민의 재산을 착취함이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현행법상 공공사업으로 허가가 나면 무차별 사유재산을 강제 집행한다. 마치 불가항력적 세력에 의한 착취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곳이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자유대한민국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공공개발 지구지정이 되면 그때부터 부동산은 사유재산이 아니다. 감정사의 판단에 따라 가격이 정하여 지고, 강제로 매매가 이루어진다. 감정사가 자기 뜻대로 하지는 않는다. 감정평가 기준에 의해 감정한다. 그러나 그 평가 기준 자체가 1970년대 군사정부 시절의 체계와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평가 기준에 따라 지극히 객관적인 평가로 매입이 이루어진다. 토지소유주나 건물소유자가 서너 차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공공사업을 우선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진 공공기관이 맡고 있다. 이미 관습화되어 있다. 삼심을 거쳐도 성공해봐야 10% 정도 내외로 보상금을 올려주지만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변호사 수임비 등을 감안하면 성공해도 손해 보기가 일수이다. 그래서 포기한다. 강제 집행기관이 보내는 공문을 보면 법률용어로 기록되어 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500년 이상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대략 연세가 70이 넘은 어르신들이다. 행정이나 법률에 박식할 리가 없다. 시각, 청각마저 어두워지고, 판단하는 기준마저 흐려진 상태에서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하는 공문서를 앞에 두고 혼자 있을 땐,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노가 나서 소리를 질러보지만 막상 집행자를 만나면 조리 있는 논리가 부족한 탓에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못하는 분이 대부분이다.

용인시 원산면에는 한국의 유수의 반도체 회사가 400만평이란 어마어마한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지구지정을 2019년에 하고, 지금 한창 토지매입을 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미국의 반도체 공장의 인허가와 토지매입과 공장설립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주민들의 반발로 늦어진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미국의 반도체 공장은 허허벌판에 건설한다. 민가가 아예 없는 곳이다. 민원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주민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대손손 살아온 문중 종손가도 있다. 그들은 심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마다 조상 앞에 시사의 제례를 지내는 것이 신앙이자 삶이다. 이것이 종손으로서 사는 의미처럼 느끼고 살면서 선산을 지키고, 대대손손 내려오는 전답을 경작하며 살아왔다. 갑자기 산소를 옮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산소가 소재한 산은 감정평가액으로 강제로 팔아야 한다. 형식은 매매이지만 가격은 토지 공사의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으로 계약을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이라 하나 이 기업의 오너는 최씨이다. 우리 가문의 땅을 빼앗아 최씨 가문에 바쳐야 하는 무기력한 종손은 조상에게 죄송하고, 문중의 자존심마저 상한다. 자신의 무기력에 공허하여 자주 자책을 한다고 한다. 같은 면(面)에 사는 이웃 중에 지구지정이 된 토지나 건물은 2019년과 2020년 두 해의 공시지가로 빼앗기는데 지구지정 되지 않는 이웃의 토지는 몇 배가 올랐다. 상대적으로 억울하다. 원삼면은 동두천에서 시작된 경부고속도로가 원삼 인터체인지가 생기면서 반도체 공장개발과 상관없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보니 하늘 모르고 치솟았다. 공시지가 자체도 시가의 70%라고 하지만 이것은 정상적인 수치이고, 특별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한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의 대지가 평당 230만으로 감정평가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 집을 옮겨서 지으려면 그 보상가에 4배인 천 만원을 내어도 살 땅이 없다. 결국은 수십년 살던 건물은 강제 집행이 되고, 여기에 양도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전혀 새로운 건물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구지정이 되면 한때 큰 횡재를 만났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폭망하는 것이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대기업이 공장을 건설할 때, 토지가격이 낫고, 주택이 적은 농어촌으로 가면 좋을텐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곳만 골라서 기업 투자를 하다 보니 기업은 땅집고 헤엄치기로 자산이 상승한다. 땅값에서 폭리를 거두니 기업에서 생산과 유통으로 오는 이윤은 보너스이다. 부동산 수익이 훨씬 안정된 이익 창출이 되므로 도시에 가까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곳만 찾아서 개발을 하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회사 자산이 상승하면 이를 담보로 은행의 돈을 차용하여 또 다른 투자를 하므로 재벌은 더욱 문어발 재벌이 되고, 이에 반하여 토지를 빼앗기고, 삶을 빼앗긴 국민들은 분노와 울분으로 지샌다. 용인시 산단 정책팀의 한 공무원은 아직 한국은 정신적 피해는 보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빼앗긴 들, 빼앗긴 집, 빼앗긴 삶의 자리로 인해 공허와 허황과 허탈, 자기 땅에 낯선 도시와 공장이 건설되는 것을 보면 갑자기 자신이 이방인이 된다. 드디어 삶의 의욕을 상실하여 자살하는 율이 정상적 농어촌보다 7%가량 높다는 통계도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정부가 시작되었다. 사유재산에 대한 착취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시 근처에서 기업개발을 삼가고 농어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미개발된 곳에서 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보상 역시 보상이란 어의(語義)에 맞게 천칭(天秤)의 원리를 적용하여 보상해야 한다. 보상이란, 보상을 받는 시점의 시가를 기준해야 한다. 지구지정은 보상일로부터 3년 전의 가격, 그것도 공시지가를 기준하는 것은 분명히 재산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다. 천칭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지금 땅집고 헤엄치는 기업의 횡포를 그냥 보고 있는 새 정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부천 대장동과 종합운동장 주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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