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순 부천 웰-다잉문화연구원장

송계순 부천 웰-다잉문화연구원장
송계순 부천 웰-다잉문화연구원장


[부천신문_기고] 우리는 어떠한가?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원한다. 

인도(印度)계 미국인「아툴 가완디」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의학(醫學)은 '생명의 연장'을 실현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고도의 의술(醫術)을 필요로 하는 수술(手術), 방사능 치료 등으로 대변(代辯)되는 의학적 처치(處置) 등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생명을 연장(延長)하려는 노력이자 꿈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철칙(鐵則)이 있다. 결국에는 죽음 앞에 굴복(屈服)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제아무리 노력을 해도 삶에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限界)가 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종착점은 ‘죽음’이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人間)의 삶을 연장(延長)은 시켜 주지만 특별히 노인들의 경우 그“기능적(技能的) 나이”는 연장이 될 뿐 노령화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우리가‘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병을 불러온다고도 할 수 있다. 아니 병에 의해 노령(老齡)화가 더욱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질병에 걸리지 않았어도 육체는 계속 나이가 더해 간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인간의 노령화는 피할 수 없는 필연적(必然的)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쓴「아툴 가완디」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Being Mortal/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그의 책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고통(苦痛)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묻고 있다. 게다가 그 싸움에서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것이 더 많다는 얘기다. 손상(損傷)된 육체와 혼미해진 정신 속에서 마지막에는 가족과 작별의 인사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차가운 병실에서 죽어 간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희생한 대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몇 개월 또는 1~2년 생명 연장(延長)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얻은 시간 동안 우리가 '남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혹독한 치료와 그에 따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노령화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죽어 갈 때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는 것일까? 「아툴 가완디」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죽음 자체(自體)를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인간답게 죽어 갈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아툴 가완디」가 '죽음'이라는 주제(主題)를 다루면서 그는 죽음을 미루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임종(臨終)이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죽음의 질' 문제를 생각할 때이다. 죽음의 질'에 최고 평가를 받는 영국은 죽음을 앞둔 환자가 삶의 마지막 시기를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돌봐주는 제도(制度)를 운영하고 있다. '종말 간병(看病) 간호사(Terminal Care Nurse)' 제도가 그것이다, 그런데 그 비용을 국가가 전액(全額) 지원하고 있음에 주목(注目)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도 완화 진료비용의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임종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품격있는 죽음을 가르치는 '웰 다잉(well-dying)'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또한 죽음을 앞둔 사람이 어떤 식의 죽음을 맞고 싶다고 의향을 밝혀두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또한 필요하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가족과 친지들의 사랑 가득한 보살핌 속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모든 가족의 공통관심사일 것이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과 의학의 한계를 고백한 「아툴 가완디」의 메시지 역시‘아름다운 죽음은 없어도,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는 것으로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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