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술을 마시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만 걸었다면 음주운전에 해당할까요? 이런 경우 음주운전이 성립되려면 '차량을 운전할 의지가 있었는지', '발진을 위한 조작을 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고의의 운전행위'를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여 피고인에게 음주운전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창원지방법원 2021고단2882)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혈중알코올농도 0.162%의 술에 취한 상태로 약 10m 가량 이동하여 그 전방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량을 충격하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됨.

2. 판단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

이 사건의 경우 차량에 탑승하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약 2시간 동안 전방 차량(전방 차량에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함)을 충격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고 사고 발생 장면을 보면 상당히 느린 속도로 미끄러지듯이 10m 가량 전진하여 전방 차량을 충격하고 이에 전방 차량이 앞으로 살짝 밀려났다가 이윽고 두 차량 모두 움직임이 멎는 장면이 확인됨. 즉 이 사건 차량이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밟거나 운전대에 특별한 조작을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임.

사고 발생 약 1분 후 목격자가 차량 안을 확인했을 때 피고인은 운전석에 잠들어 있었으며 목격자가 사고발생 사실을 알려주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들었고 약 5분 후 경찰이 출동하였을 때도 피고인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음. 이 사건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크게 힘을 주지 않고도 기어 변속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기어가 이미 'D'인 상태에서 밟고 있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거나 또는 기어가 'D'로 변경되면서 위 차량이 움직이게 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기어나 브레이크를 조작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그 조작 경위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증거자료도 없음.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는 '고의의 운전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

​피고인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

3. 하변생각

우리 형사법은 원칙적으로 고의범만 처벌하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만(생명 침해 등) 과실범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 사건의 경우 블랙박스나 사고 직후 피고인을 목격한 목격자가 없었더라면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피고인이 운이 좋았네요.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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