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상간자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녹음된 부제소합의는 효력이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 녹음된 부제소합의가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상간자 위자료 청구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각하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부산가정법원 판례)

1.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의 배우자인 A씨가 유부녀임을 알면서도 함께 잠을 자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등 부정행위를 함. A씨는 원고를 폭행 및 협박 혐의로 고소한 상태였고 원고와 A씨는 협의이혼을 신청함. 협의이혼 신청 다음날 원고는 '상간남 소송 등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A씨는 그 내용을 녹음함. A씨는 그 다음날 원고에 대한 고소를 취소함.

이후 원고와 A씨는 협의이혼을 하였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상간남 소송 등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녹음된 내용을 토대로 부제소합의가 있었다며 본안 전 항변함. 그러나 원고는 녹음 내용만으로 구체적인 권리관계에 관한 부제소특약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제3자가 피고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제3자를 위한 부제소특약이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형사고소를 당한 궁박한 상태에서 녹음하게 된 것을 고려할 때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무효인 법률행위라고 주장함.

2. 판단

원고는 A씨로부터 녹음한다는 것을 고지받고 소송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녹음하여 남김. 원고는 녹음 다음날 A씨로부터 고소취소장을 받아 형벌을 감면받을 수 있는 요건을 취득하였고 녹음 당시 형사고소를 당한 상태였다는 것만으로 원고의 언동이 궁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현저하게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보기 어려움.

원고가 상간남 소송을 하지 않기로 정한 것은 제3자인 상간남으로 하여금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고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제3자는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을 필요는 없으며 확정될 수 있으면 충분한데 당시 피고가 상간남으로 특정되었던 상황이므로 원고와 A씨사이에 피고에 대하여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함.

수익자인 피고가 준비서면을 통해 본안 전 항변을 함으로써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이상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도 피고에 대하여 효력이 있음.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각하함.

3. 하변생각

당사자 간에 부제소합의가 있을 경우 법률관계가 단순하므로 인정될 확률이 높지만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부제소합의가 있는 경우(예: 갑과 을이 합의를 하면서 갑이 병에 대하여는 소송 안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 갑을간에 합의가 성립된 경우) 법률관계가 한단계 더 복잡해지고 제3자를 위한 계약 법리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과연 이를 인정할 수 있을지는 케이스마다 다릅니다.

위 사례에서는 원고가 배우자로부터 형사고소 취소라는 이익을 얻는 대가로 배우자의 상간남에 대한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서(=제3자를 위한 계약) 배우자가 녹음한다고 고지하고서 그러한 말을 한 것이므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는 제3자가 수익의 의사표시(예: 너네들끼리 나를 위해 계약한거, 나도 좋아 그렇게 해줘!)를 하면 그대로 효력이 인정되므로 결국 부제소 항변이 받아들여졌네요. ​

솔직히 실무상 상간자소송에서는 사실관계 다툼이 대부분인데, 재미있는 법리 다툼 판례라 소개해봤는데요. 꼭 상간자소송이 아니더라도 제3자를 위한 계약은 일상에서도 종종 일어나기도 하는 생활밀착형 법리니 잘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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