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원칙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으로 보호되어 동의 없이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없으며 이러한 내용은 형사사건의 증거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친모의 아동학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친부가 몰래 녹음한 친모의 욕설 등이나 육성이 아닌 소리 등이 담긴 녹음파일은 형사사건의 증거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아동들의 친모로 피해아동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서로 싸운다는 이유로 화가 나 욕설을 하고 피해아동들의 머리채 잡아당기고 물건을 던지고 밀치는 등 피해아동들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 및 정신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함.

고소인은 피해아동들의 친부로 피고인의 아동학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피고인이 피해아동들을 학대하는 상황을 녹음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함.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고소인이 피고인과 피해아동들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일 뿐만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함.

2. 판단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킴. 따라서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며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말이 아닌 단순한 비명소리나 탄식 등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 다고 볼 수 없음.

고소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음파일과 그 녹취록 중 증거로 필요한 부분은 폭력 등 유형력의 행사나 욕설 내지 위협적인 말이 담긴 부분이라 할 것이고 범행 당시 피해아동들의 나이가 4~5세 및 7~8세에 불과했던 점, 고소인은 피해아동들의 친부로서 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법적 의무를 가진 점까지 감안하면 위와 같은 부분이 고소인 입장에서 '타인 간'의 의사소통행위로서 '대화'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봄.

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범죄는 피해아동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한 범죄로 주로 주거 등 내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피해아동은 자신을 방어하거나 상황 표현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이어서 학대의 의심을 품은 부모로서는 몰래 녹음을 하는 외에는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점, 피고인은 피해아동들의 친모로서 고소인과 마찬가지로 피해아동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는 점, 피고인은 원심에서 위 녹음파일과 녹취록 등을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녹음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판단.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아동들을 상대로 욕설 등이나 육성이 아닌 소리 등이 담긴 위 녹음파일 및 녹취록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징역 6월, 집행유예2년을 그대로 유지함.

3. 하변생각

예전에 아동의 부모가 몰래 아동의 소지품에 녹음기를 부착시켜 어린이집의 학대 증거를 수집했던 사건에서도 그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통비법 위반으로는 볼 수 없고 아동학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던 판례도 떠오르는데요. 위 판례는 결을 좀 달리해서 욕설이나 비명, 탄식과 같은 음성은 "타인간의 대화"로 볼 수 없다고 보고 통비법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네요. 역시나 아동학대 사건의 증거수집이라는 특수성이 많이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를 비밀녹음했을 때는 징역형밖에 없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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