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 변호사

오유진 변호사 / 라미법률사무소 
오유진 변호사 / 라미법률사무소 

 

-부동산 거래 침체와 함께 찾아온 역(逆) 전세대란

 필자가 2년 전 부천시에 자리 잡으면서 거주할 공간이 필요해 전세 매물을 찾을 때까지만 해도 전세 시장은 임대인이 우위에 있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도 많이 없거니와 전세 매물이 있다 해도 전세보증금이 매매 시세에 육박할 만큼 전세 매물에 대한 인기는 높았고 임대차계약 당일 서명을 하는 자리에서 즉석으로 전세금을 강제로 올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런 과거가 무색할 만큼 불과 2년 만에 임대차시장은 임대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유래 없는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어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다 보니 집값에 이어 전세 값 역시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연말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어 있어 앞으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역(逆)전세난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주택가격이 급락하다 보니 전세 시세도 이에 따라 하락하고 집주인이 만기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빗대어 등장한 신조어이다. 

확실한 것은 이런 역(逆)전세난의 분위기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산될 것이란 점이다.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때문에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 신규 대출을 받기도 부담스럽고 기존대출을 연장하기도 어려워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되고 이런 월세 선호 현상은 금리의 상승이 꺾이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러하다 보니 갭투자가 만연한 대한민국 주택시장에 쉽게 전세로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고 역전세난이 점점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보여진다. 

-역(逆) 전세난에 급증하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과 관련 분쟁들 

“그냥... 전세금 말고 그 집 명의를 넘겨 주면 안될까?” 이 말은 최근 필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임대인으로부터 필자가 직접 들은 말이다. ‘부천시’ 만해도 포털사이트나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아파트를 검색해보면 예전보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심지어 지방에서는 신규 전세계약을 하거나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해주면 이사비, 인테리어비를 지원하거나 샤넬 백을 사준다는 임대인도 나타났다. 이렇게 세입자가 우위에 있는 분위기의 전세 시장은 역전세난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10년간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함께 갭투자의 열풍이 불면서 전세 시장은 더 불확실하게 변화했다. 최근처럼 부동산 매매시장이 좋지 않으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투자자들을 비롯한 여력이 부족한 임대인들은 그 세입자와 많은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필자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했던 법률상담유형 역시 전세사기, 전세금 반환소송, 전세금 보증보험문의, 구상권 등 전세 관련 상담이었다. 이렇게 역 전세난속에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과 관련된 분쟁들은 점점 늘어나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무서운 점은 이러한 분쟁과 갈등이 내년에는 더욱 많아져 그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역전세난 속 보증금 반환이 불투명한 세입자들의 대처방법은? 

필자가 전세보증금 반환 관련 법률상담을 하면서 제일 놀라는 부분은 예상외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을 가입한 세입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세입자들이 공사에 지급하는 ‘보증료’가 부담스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기에 ‘전세목적물 자체’가 가장 강력한 담보가 될 수 있어 반환보증 가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매매가가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여 전세목적물이 제대로 된 담보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세입자는 현명하게 대처해야만 자신의 전세금을 지킬 수 있다. 

그렇다면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후 대처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물론 이런 조언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명한 세입자라면 사후대책이 아닌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사전대책을 강구 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계약 기간이 2분의 1이상 남아있는 세입자라면 지금이라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가입을 검토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일정 조건에 해당하고 임대차계약의 1/2이 경과하기 전이라면 계약 후라도 반환보증보험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한 임차인이라면 계약만료 6개월전부터 2개월전까지 임대인에게 법률적으로 효력 있는 임대차 해지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주임법 제6조의 3 제1항) 임차인이 적법하게 해지통보를 하지 않게 되면 묵시적 갱신이 되어버리고 이후 해지를 하더라도 3개월후에나 전세보증금 미반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세 번째로 임대인과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임대인이 갭 투자등으로 자금 여력이 전혀 없는 집주인인지, 아니면 여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나 현금이 부족하여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전자라면 지금부터라도 전세목적물의 가치를 비교하고 집주인의 재산을 파악해 효과적으로 자신의 권리 보전을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렇게 경제적 상황이 파악되야만 향후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임대인의 경제적 능력이 파악되면 임차인은 임대인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목적물에 거주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낮춰 연장하는 등 향후 상황을 볼 것인지, 임대인의 대출을 권유하고 후임 세입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자신의 보증금반환을 위해 같이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계약종료 후 바로 전세금 반환 소송을 통하여 이자청구까지 할 것인지 정할 수 있다. 네 번째로 섣부르게 다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많은 세입자들이 당연히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거란 생각에 새로운 임대인과 계약을 덜컥 체결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가 보증금이 제때 반환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계약이 종료되었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이미 적법한 해지통보를 하고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 만큼 곤욕스러울 수도 없다. 만약 전세 대출을 받은 세입자라면 이제부터 자신의 신용도 하락은 물론이거니와 점점 오르는 비싼 이자를 감당해야하고 향후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게 된다. 그렇기에 만기일에도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했다면 세입자는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 신속하게 결정하여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소송을 통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택하기로 했다면 임차권 등기명령 후에 지급명령이나 전세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빠른 판결과 추심을 하는 것만이 세입자의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 물론 모든 일에 소송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강제집행을 허 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증을 활용하거나 주택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임대인과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부분이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필히 전문가와 상의하여 결론을 내리길 추천한다. 

-정부의 임차보증금 반환 지원 대책발표와 그 미래 

 최근 정부는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서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거나 임차보증금 반환 대출 보증한도를 늘리겠다는 등 위기에 몰린 임대인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게 현 상황의 구체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위와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장에서 역전세난이 점점 심해져 갈 것이라는 건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별하고 신기한 제도이다. 전세제도는 임대인, 임차인, 시장 상황이 모두 정상이라면 아주 이상적인 제도이지만, 부동산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그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법률분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법 공부를 오래한 필자에게도 임대차 분쟁은 어렵고, 문제해결에 부족함을 느낄 만큼 복잡한데 일반인들이 그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필자가 상담한 세입자들의 대부분은 20~30대였다. 이는 전세에 거주하려는 목적을 가진 대부분이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집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고, 그들이 어렵게 마련한 보증금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뜻이다. 현재의 역전세난 의 중심에는 청년층이 자리 잡고 있고 이러한 청년층들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이를 보전하기 위한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향후에는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정부의 보증금 반환대책과 임대인, 임차인 간의 상호노력으로 역전세난 속 법률분쟁의 비극이 줄어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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