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고용노동지청장 김태영

부천고용노동지청장 김태영

[부천신문_기고] 지난 설 연휴 친척 집에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친척 어르신은 필자가 도착한 것도 모르고, 가구 모서리마다 스펀지를 덧씌우고 콘센트에 커버를 씌우는 일에 열중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한 번쯤은 본적이 있을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그 댁에는 걸음마를 갓 뗀 손녀가 처음 방문할 예정이었고, 혹시라도 손녀가 다칠까 봐 미리 준비하는 중이었다.

오랜 기간 고용노동부에 몸담아 오고 있는 나의 직업병인지 그 순간 우리 산업현장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손녀의 안전을 염려하는 어르신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는 그동안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지도·점검을 통해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 왔지만, 산업재해로 매년 800여명이 넘는 근로자가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다.

유명을 달리하신 한분 한분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자식인 소중한 생명이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 정부는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기 위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안전문화실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설마, 설마”, “매일 하는 일인데”, “빨리하고 쉬어야지”와 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이다.

그 시작으로 시민사회 및 산업현장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안전문화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것이며, 산업현장에는 스스로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제거해나가기 위한 위험성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

집안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다 다친 아이를 혼내고 주의를 주기 이전에, 미리 가구 모서리에 스펀지를 덧씌워 부딪히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고, 아이 스스로가 가구 모서리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알려주자는 것이, 올해 추진하고 있는 안전문화 캠페인이고, 위험성평가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산업현장에서 위험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근로자들, 그들과 상시 소통하며 산업현장을 관리하는 사업주와 현장 관리자들, 그들의 가족인 시민사회가 함께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서로 소통하며 위험요소를 개선해나간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사고는 순간이지만, 그 상처는 우리의 사랑하는 이웃·가족에게 평생의 아픔으로 남는다.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게 하루를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행복한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들려면 손녀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처럼 근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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