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형사사건 피의자가 피해자측과 합의하며 합의금을 지급했으나 해당 형사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된 경우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공소제기나 형사상 유죄판결 선고가 이 사건 합의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합의금은 형사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합의금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금반환 청구를 기각한 판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2나321526)

1. 사실관계

원고는 어린이집 원장이고 피고들은 원고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생의 학부모임.

​원고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A, B씨가 등원지도, 다른 원생 돌봄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피고들 자녀가 다른 원생들 3명으로 부터 약 3분간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함. 이 사건으로 원고와 보육교사 A, B씨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혐의를 받음.

​원고는 원고 명의로 3,000만 원, 보육교사 A, B씨 명의로 각 500만 원 합계 4,000만 원을 피고들에게 지급하고 위 사건에 관하여 합의를 진행함. 이후 원고와 보육교사 A, B씨는 고의적으로 피고들 자녀에 대한 폭행을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음.

이후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이 '혐의없음'되었으므로 원고가 지급한 합의금 3,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피고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제기함.

2.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형사상 책임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착오한 나머지 이를 면하기 위해 피고들과 합의를 한 것이나 관련 형사사건이 '혐의없음' 처분이 났으므로 이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합의는 취소되어야 하며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합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함.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그 구체적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민·형사상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의 정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일뿐 원고에 대한 기소 또는 유죄판결이 이 사건 합의의 전제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움.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피해자 측에게 손해배상조로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처벌불원의사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방어방법에 해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 당시 합의당사자들이 원고에게 형사상 책임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 삼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봄.

형사합의금의 성격, 원고 측에 대한 형사처벌 유무는 피고들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합의의 주된 내용은 오히려 원고 측의 피고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성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 상호 양보를 하여 분쟁을 종지하는 내용으로 보임. 이 사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이 사건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원고와 보육교사들의 이 사건 피해 아동에 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등이 전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피해 아동 및 피고들이 입은 손해를 포괄적으로 보상함과 동시에 원고 측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체결한 것이지 민사상 책임 및 형사상 책임에 관한 합의금액을 따로 산정한 것으 아니므로 이 사건 합의가 가분적이거나 그 목적물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음.

​따라서 원고의 착오에 기한 이 사건 합의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부당이득금반환 청구를 기각함.

3. 부천변호사 하변생각

형사 합의는 경찰 또는 검찰 단계, 즉 아직 범죄 혐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주 이루어지는데요. 무혐의처분이 난 경우 형사 합의금을 지급한 입장에서는 합의금으로 지급한 돈이 솔직히 아까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례가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형사합의는 유죄를 꼭 전제로 하지 않는데요. 저만 하더라도 무죄주장을 하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측면에서 또는 혹시 모를 유죄판결시 양형참작사유로 어필하기 위해 보험용으로 형사 합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형사 범죄가 되느냐 여부(고의범만 처벌)와 민사 책임을 지느냐(과실범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음)는 별개라서 두루두루 포괄하여 면책하는 의미로 형사합의를 하곤 하죠.

이런 사정을 종합했을 때 위 사건의 경우 착오("범죄가 되는 줄 알고 줬는데 범죄 아니라네. 돌려줘!")를 이유로 한 취소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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