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김광오

부천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김광오
부천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김광오

[부천신문_기고] K-POP을 대표로하는 한류 열풍, GDP 기준 세계경제규모 13위.

위 표현들은 현재 우리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뉴스를 접하게 될 때 나도 모르게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800명 이상의 산업현장 사망사고 발생, 산업재해 사고사망만인율 0.43‰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 이 또한 대한민국의 현 모습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발전 뒤에는 근로자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 스스로가 산업현장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재해는 경제활동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우리가 감수해야하는 필요악인 것일까?

편안한 아파트에서 살고 좋은 차로 잘 닦여진 도로를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건설현장 근로자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누구나 일터에 나올 때처럼 퇴근할 때도 안전하게 일터를 떠나야 마땅하다. 가족을 먹여살리겠다고 목숨을 걸 수 야 없지 않은가.

이제는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산업재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감수해야하는 필요악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하고,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일 뿐이다.

정부는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기 위해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없애기 위한 안전문화 확산운동과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의 각 주체가 참여하여 스스로 위험요소를 제거해나가는 위험성평가의 확산·정착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의 위험성평가는 사망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스 기계의 위험성은 그 프레스 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근로자가, 지게차의 위험성은 그 지게차를 이용하는 근로자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안전관리 책임자, 해당 공정의 근로자 등 각 산업주체가 함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그 위험성을 제거·감소시킬 방안을 논의하며, 개선 내용을 모든 근로자에게 안내하는 것, 이것이 위험성평가의 핵심이며, 위험성평가가 산업재해의 획기적인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는 요소인 것이다.

물론 위험성평가가 산업재해 감축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동안 규제와 처벌 위주의 노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 사실이고, 이제는 산업현장이 주체가 되어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위험성평가는 이런 노력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험과 의견을 경청해 보자.

분명, 법으로, 통계로, 책으로만 보았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한 위험요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보다 효율적이고 꼭 필요한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어느새 산업재해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한 여행 보험 회사의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는 7만 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하여, 아주 흥미로운 법칙을 만들어냈다. 산업현장의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또 운 좋게 피하기는 하였으나 사고가 재해가 발생할 뻔한 사고가 300번이 있었을 것이라는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이 그것이다.

이는 산업현장의 문제점을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해야한다는 점을 의미하며, 달리 말하면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큰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자하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산업현장의 수많은 위험요소를 초기에 대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오늘의 노력으로 2024년 어느날 “대한민국 산업현장!!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안전한 산업현장으로 손꼽혀!” 이라는 언론 기사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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