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 목사
윤대영 목사

[부천신문]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의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민족주의 운동으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됨으로 실현되었다. 시온(zion)이란 원래 예루살렘 시가지 내의 언덕 이름으로 예루살렘 또는 이스라엘 땅을 의미한다. 시온주의, 시오니즘이라는 단어 자체는 1893년 빈의 유대인 대학생 지도자 나탄 비른바움(Nathan Birnbaum 1864-1937년)에 의해 만들어졌다. 19세기에 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시오니즘은 유대인 사회에서 새로운 근대적 의미를 갖게 되었고, 드레퓌스 사건에 깃들어 있는 반유대주의의 뿌리 깊은 앙금을 목격한 유대계 오스트리아 기자 테오도르 헤르츨의 제창에 의해 국제 시오니즘 협회가 창설되고, 당시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독일제국, 폴란드 일대의 중부유럽에 뿌리를 깊이 내린 유대인 좌파 노조들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착취와 제국주의의 폭압에 병든 유럽을 버리고 유대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신천지를 개척하자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퍼지기 시작했고, 러시아 제국의 포그롬(반유대주의 폭동)이 심각해지면서 유럽 유대인들의 경우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대규모 민족이동이 시작되었다. 이런 동유럽 유대인들의 대다수는 미국 이민을 선택했으나 일부는 팔레스타인에 고향을 되찾자는 시오니즘에 동조하여 팔레스타인(알리야 Aliyah)를 결정했다.

이스라엘 건국을 위한 시오니즘 또한 원래는 좌파의 이데올로기로 시작됐다. 모세스 헤스, 나흐만 쉬르킨, 베르 보로호프 등 시온주의 초기 이론가들은 또한 동시대 사회주의 운동지도자들이 기도했으며, 베를 카츠넬슨, 다비드 벤구리온, 골다 메이어 등의 많은 이스라엘 초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들이 또한 평생 깊은 사회주의적 신념을 품고 살았다. 이후 나치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 건국 고조로 인한 전쟁 등을 통해 점차 우경화되었고, 신보수주의가 세계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에는 아예 대놓고 이스라엘 내에서는 우파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어 21세기에 와서는 사실상 진보적 색채조차 찾기 힘든 우파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로 변했다. 다른 주류 이데올로기와 비교해서 시오니즘은 보수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 셈이다. 시오니스트의 팔레스타인 유대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지역은 아랍인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 유대인 이민의 초기에는 유혈 충돌이 없었고, 오히려 아랍 엘리트들은 시오니즘을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그 후 러시아 제국에서의 유대인 학살을 비롯하여 유럽에 팽배한 반유대주의가 하루빨리 유대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랍인들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수정시오니스트의 관점은 아랍인들과의 충돌을 빚게 되었고, 세계 제1차대전이 끝난 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이민은 더욱 가속화 되었는데 유대인 수가 급증하자 아랍 민족국가들은 시오니즘에 큰 반감을 품게 되었다. 1920년대에 접어들어 아민 알 후세이니가 폭동을 벌이게 되었고,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이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시오니즘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1948년 UN 분리 독립안에 따라 이스라엘이 건국 선포되었고, 이로 인해 제1차 중동 전쟁이 발발했으며,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아랍계 팔레스타인을 추방하므로서 주변 아랍국가들은 유대인들을 추방하면서 오늘까지 내려오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갈등이 지금까지 계속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망국으로 인한 유랑의 생활 속에서도 버티어 온 정신이 있다. 그것은 유대교 신앙이다. AD 70년 로마의 티투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예루살렘 성전을 불태우고, 유대인 저항군을 진압함으로서 끝이 났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자신들의 종교인 유대교를 중심한 이스라엘 전통 종교 문화 교육을 이어왔다. 유대교 경전인 구약성서에는 철저한 선민(選民)사상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아랍계의 조상은 이스마엘, 그는 아브라함 부인 종의 몸에서 태어난 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조상인 이삭은 하나님의 약속한 신이 주신 아브라함 조상(씨)으로 구분하고 있다. 민족주의, 혈통주의와 유일신 신앙은 자신들의 신은 자신들만을 위한 신이고, 천지 우주 만물을 창조한 전능한 신이며, 역사를 주관하는 신이 자신들만을 위해서 역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철저한 수행 종교이며, 경전대로 사는 것을 삶의 최고 가치로 알고 있다. 그들만의 이상세계를 이룰 메시아(구세주)는 다윗 왕 같은 분이 오시리라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유대교는 이스라엘의 국교이며, 제정일치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갚는 보복주의를 취하고 있고 선한 다툼에는 틀림없는 신의 보상이 있다고 믿고 따른다. AD 33년 이 유대교의 신앙을 개혁하는 야훼 아들을 유대인들이 죽였다. 너희들이 믿는 민족 신은 이제 죽는다. 십자가에서 예수라는 야훼가 선언했다. 신학자 몰트만(Moltmann, 1926.4.8~)은 십자가에 달린 야훼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유대교의 편견과 아집과 혈통주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적 인류사회의 일원으로서 유대교의 신은 야훼가 계시하듯이 ‘나는 사랑이다’란 아가페 사랑을 국시로 삼는 새 공동체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세계와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자기들의 신인 야훼는 모두의 신이며 모두를 사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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