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음주운전 의심자의 주거지에 동의 없이 들어가 음주측정을 요구하였으나 불응한 경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2노4393)

1.사실관계

피고인은 상가 앞에 주차된 차량에서 시동을 켠 채 자고 있었음. 피고인이 잠결에 가속페달을 자꾸 밟아 인근 주민이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함. 출동한 경찰은 피고인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였는데 음주는 하였으나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피고인에게 음주운전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돌아감. ​

약 30분 뒤 피고인은 귀가하기 위해 차량을 운전하였고 앞서 출동했던 경찰이 인근을 순찰하던 중 피고인의 차량을 발견하였지만 운행을 중단케 하는 등의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차량을 추적하여 따라감. 피고인이 집에 도착하여 차량을 주차한 후 경찰은 피고인이 얼굴에 홍조를 띠고 횡설수설 하는 등 술에 취한 상태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주거지 마당에 들어가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을 3차례에 걸쳐서 요구했으나 피고인이 이를 모두 거절함.

​이에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됨.

2.판단

- 1심 : 음주측정거부 유죄 벌금 700만원

경찰관이 피고인을 상대로 음주측정을 요구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간 것은 현행범체포 내지는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위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2조 내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7조에 근거한 것이지 이를 가리켜 주거침입죄로 평가할 여지는 없다고 판단함.

따라서 피고인의 음주측정거부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함.

2심 : 음주측정거부 무죄

<강제수사로서 적법한지>

이 사건과 같이 음주측정 요구를 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사상의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야함. 그런데 경찰관들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피고인의 주거지에 대한 수색영장 등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으므로 위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음.

<임의수사로서 적법한지>

경찰관이 임의수사의 방법으로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가는 경우에 피의자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퇴거를 요구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경찰관이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간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됨.

이 사건의 경우 경찰관은 피고인의 주거지 마당에 들어가면서 피고인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거나 언제든지 퇴거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으며, 피고인은 주거지 마당까지 들어온 경찰관에게 '너무하다'는 취지로 항의하면서 '나도 방어를 해야한다'며 아들에게 휴대폰으로 그 상황을 녹음하게까지 하는 등 경찰관이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기하여 피고인의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 음주측정요구를 하였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음주측정요구가 임의수사로서 적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

<범죄의 예방·제지 내지 위험방지를 위한 주거지 출입으로서 적법한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및 제7조 제1항은 범죄의 예방, 위해의 방지, 피해자 구조를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 강제, 즉 눈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래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경찰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임.

​이 사건의 경우 경찰관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올 당시 피고인은 이미 차량을 주차한 상태로 추가적인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고인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음. 만약 피고인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도로에서 운행 중인 피고인 차량을 최초 발견했을 때 그 즉시 운행을 중단케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임에도 오히려 피고인이 약 4km나 운전하여 주거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추적만 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찰관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들어간 행위를 범죄의 예방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한 경찰 행정상 즉각강제로서 적법한 행위였다고 평가할 수 없음.

<결론>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이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음.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무죄

3. 하변생각

형사재판은 "적법절차준수"에 진심입니다. 아마도 국가형벌권의 행사니깐 절차 즉 과정을 깐깐히 본다는 거죠.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절차가 잘못됐으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이런 말입니다.

​이걸 알면 사실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은데요. 위 사건도 1심에서는 유죄가 나왔던 것인데 2심에서는 강제수사를 한 것도 아니고, 그럼 임의수사로서 적법하냐, 그것도 아니니 무죄! 이렇게 된 겁니다.

경찰이 피고인을 처음부터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면 됐을 텐데 대처가 좀 아쉽기도 합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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