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오거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집을 나와 이혼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요. 대부분 아직 짐이 집에 있어 짐을 가지러 집에 가도 되는지 물어보십니다. 그럼 하변은 사실관계 파악 후 이에 대한 답변을 해드리는데요. 사안에 따라 하변의 답변은 천차만별이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별거 후 이혼소송을 하던 중 해당 주택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갑자기 어느날 주거침입혐의로 고소된 사건에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가 헌법소원을 통해 피고인이 해당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받은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 2021헌마1602)

1. 사실관계

피의자는 별거 중 피해자인 배우자가 거주하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음.

피의자는 피해자가 피의자와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피의자의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피의자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해당 주택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으며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도 않았는데 검사는 피의자의 주거침입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피의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함.

2. 판단

피의자는 피해자와 10년 넘는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고 해당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했으며 다른 지역에서 일하면서도 휴일에는 해당 주택에서 생활했음. 피의자는 피해자와의 이혼소송이 시작된 다음에도 이 사건 발생 약 한달 전 휴가기간에 해당 주택에 머물렀는데 피의자가 피해자로부터 주택에 들어오지 말 것을 요청받은 때는 이 사건이 있기 불과 약 2주 전이고 당시 피해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를 이유로 들었음.

​해당 주택에는 여전히 피의자의 짐이 보관돼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피의자가 해당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이 사건이 있기 전 피해자가 피의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거나 피의자를 주택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피의자가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피의자가 해당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어 피의자가 임의로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함.

기소유예처분의 바탕이 된 피의사실은 피의자가 해당 주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것인데, 그 비밀번호는 피의자가 주택의 공동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며 피의자는 피해자가 이전에 자가 격리를 이유로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종료되었을 무렵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가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피의자가 해당 주택에 들어가 한동안 머무르다가 피해자가 퇴근 후 경찰을 대동하고 오자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주택 출입 전후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피의자의 행위태양을 두고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봄.

따라서 피의자에 대한 주거침입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함.

3. 하변생각

이혼 소송 중 특히나 의뢰인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급히 집을 나온 상황에서 상대방 배우자가 살고 있는 집에 들러 짐을 챙겨 온다거나 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고민스러운 경우가 있는데요. 특히 배우자가 현관 번호키를 바꾼 경우에는 열쇠업자를 불러 문을 따야 하는 경우도 있어 불필요한 분쟁(주거침입 고소 등)이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안의 경우 이혼소송 이후에도 피의자가 피해자와 함께 해당 주택에 머물렀고 피해자가 코로나 자가격리를 이유로 집에 오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격리기간이 끝난 상황에서 피의자가 번호키를 누르고 집에 들어갔던 것인데도 피해자는 바로 경찰을 부르고 신고를 한것 같습니다.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주거침입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주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경찰-검찰-헌법재판소 헌법소원). 그러니 변호사로서는 보수적으로 안내를 해 드릴 수 밖에 없는거죠(정말 꼭 필요한 경우 아니라면 참으시라).

하지만 저 헌재 결정을 보고 "이혼소송 중 별거 중인데 함께 살던 집에 배우자 동의없이 들어가도 죄가 안되는구나"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되고요. 사안마다 다르니 꼭 변호사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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