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주간운세]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한 뒤 추후에 이를 변제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사기를 저질러 놓고 추후에 변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사기죄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처벌받을 거 변제를 왜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변제는 양형 참작에 고려되어 감형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고합230)

1. 사실관계

피고인1과 피고인2는 자매로 상가에서 옷가게를 함께 운영하다 피해자를 알게 됨. 피고인1은 피해자에게 전남편으로부터 양육비 20억원이 들어올 예정인데 급하게 돈일 필요하다고 속이고, 피고인2는 본인 명의로 집이 2채 있는데 사업 문제로 돈을 빌려주면 4부 이자를 붙여 갚겠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2016. 3.경부터 2021. 12. 28.경까지 총 344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합계 약 27억 5,400만 원을 받음.

그러나 사실 피고인1은 20억 원 상당의 거액의 양육비를 받을 예정이 없었고 피고인2 명의로 된 집도 없었으며 피고인들 모두 억대의 채무로 인하여 개인회생 중으로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다른 채무 변제(일명 '돌려막기')하는 데 사용함.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피해자는 피고인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로 고소함.

​피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각 금원을 지급받은 적은 있지만 그중 100만원 이하의 금원은 피해자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대금을 받은 것이고,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자력상황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준 것으로 피해자에게 변제할 의사나 능력에 대하여 속인 적이 없다고 주장함. 또한 피해자에게 피해금보다 2억원을 초과하여 변제하였으므로 편취의 범의(=사기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함.

2. 판단

변제의사와 능력에 관한 기망행위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최초 금전거래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 사건 범행기간 대부분에 걸쳐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이며 각종 대출채무, 연체금 등으로 신용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이런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음. 피고인1은 이 사건 범행 무렵 유사한 방식과 내용으로 사기 범행을 저질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바 있음. 피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 상당 부분을 대부업체나 타인에 대한 대여금, 이자 등을 변제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위해 사용함. 피고인들이 실제 재정상황에 반하여 피해자에게 자신들의 변제 능력(20억 상당 양육비, 본인 명의 부동산 2채 등)에 관하여 신뢰를 높이는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실제 재정상황을 알았다면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빌리거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 상당의 거액을 피고인들에게 빌려주지 않았을 것임.

따라서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피해자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거나 이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금전을 교부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함.

편취액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은 범죄일람표 중 100만 원 이하의 금원은 피해자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받은 대금으로 편취한 금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물건 값으로 지급한 금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진술하였음. 또한 피고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을 얼마에 판매한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며 이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하지 않음.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음.

일부 변제 관련 편취의 범의에 관한 판단

사기죄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소극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묵비하여 이에 속은 타인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고 이미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사후에 반환, 변상했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도2745 판결,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도9550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상당한 돈을 지급하긴 했지만 피해자는 원금뿐 아니라 고율의 이자를 추가로 주겠다는 말을 믿고 금원을 교부한 것으로 만약 장기간에 걸쳐 원금이나 약속한 이자 중 일부만을 돌려줄 것임을 알았더라면 피해자로 서는 해당 금원을 교부하지 않았을 것임. 피고인들이 원금이나 이자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음.

또한 설령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에게 일정 금원을 변제하였더라도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피해자에게 이자 등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계속 금원을 교부받아 사기 범행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상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므로 사기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약 27억 5,40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 또한 무거움.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재산 상당 부분을 잃고 배우자와 함께 개인회생을 신청한 상황으로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음.

다만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자 등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의 액수가 피해금액 상당액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고율 이자를 받고자 이 사건 피해 금원을 교부한 것도 피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음. 피고인1의 경우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와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피고인2의 경우 실제 취득한 액수가 피고인1에 비하여 크지 않고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함.

따라서 피고인1에게 징역 3년, 피고인2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각 선고함.

3. 하변생각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사기범행의 경우 사이사이 변제도 상당부분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 피해자나 다른 피해자들의 돈을 이용한 돌려막기일 때가 많죠. 하지만 범행 자체가 사기에 해당한다면 돈을 받아내는 순간 사기죄는 성립하므로 사후에 변제했다고 하여 고의가 없어지거나 편취금액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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