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입지 타당성 판단에 중요한 고층기상 관측

(사진 출처=GS파워)
(사진 출처=GS파워)

 

[부천신문]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에 관한 심층 기사 그 세 번째 주제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고층기상 관측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고층기상 관측이란 기구(풍선)에 온도·습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탑재한 관측 장비를 지상으로 올려, 고도에 따라 고층 대기의 온습도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측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발전소의 굴뚝(연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어떻게 대기 중으로 퍼져나갈지를 예측하게 된다.

고층기상 관측의 중요 인자인 혼합층과 역전층

고층기상 관측에서 중요한 것은 고도에 따라 분포하게 되는 혼합층과 역전층이다. 혼합층이 어떤 높이까지 존재하는지, 역전층이 형성되는지, 역전층이 형성됐다면 어느 높이까지 형성되는지, 역전층은 어떤 빈도로 형성됐다가 사라지는지에 따라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특성을 가늠할 수 있으며, 이것이 주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231쪽에서 설명한 혼합층과 역전층의 특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혼합층(mixing layer): 낮 동안 태양 빛에 의해 지표면이 가열되면 고도에 따라 온위가 일정한 층이 형성되는 데 이를 혼합층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혼합층 내에서는 대류로 인한 공기의 운동이 활발하여 오염물질의 확산이 잘 일어나며, 혼합층의 고도가 높을수록 공기의 혼합이 일어나는 대기의 용적이 커지므로 대기오염물질 희석 효과가 커지게 된다.

-역전층(inversion layer): 고층 대기 구조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인 역전층은 일반적인 대기 상태와는 달리, 찬 공기가 따뜻한 공기보다 아래에 위치하여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기온이 증가하는 층을 말한다. 역전층은 일반적으로 일몰 후 지표면의 복사 냉각에 의해 형성되는데, 따뜻한 공기는 상대적으로 찬 공기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에 공기의 무게에 의한 상하층 연직운동이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 대기의 혼합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혼합층 아래 역전층이 형성되면 대기오염물질이 혼합층을 통해 확산하지 못하고 역전층에 장시간 갇히게 되어 주변 대기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정리해보면, 혼합층 내에서는 대류가 활발히 일어나므로 대기오염물질 확산이 잘 되며, 혼합층의 고도가 높을수록 혼합 대기 용적이 커지므로 대기오염물질의 희석 효과가 커진다. 그러나 일몰 후 차가워진 땅에 의해 혼합층 아래 역전층이 형성될 수가 있는데, 역전층은 대기의 혼합이 일어나지 않아 대기오염물질이 확산하지 못하고 적체되어 주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고층기상 관측 내용 분석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도 발전소가 위치한 삼정동이 과연 화력발전소의 입지로 적합한지를 검토하기 위한 고층기상 관측 내용이 들어가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232쪽의 표 7.2.1-19에 따르면 겨울 대기는 2021년 2월 15일부터 2021년 2월 18일까지 6시간 간격으로 12번, 봄 대기는 2021년 5월 10일부터 2021년 5월 13일까지 6시간 간격으로 12번 관측했다고 나와 있다.

빈번하게 형성되는 역전층 문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겨울과 봄의 대기를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총 6일 조사 기간 중 4일 동안 역전층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 역전층이 형성되지 않은 날보다 형성된 날이 더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봄철 조사 기간에는 3일 중 3일 모두 역전층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역전층이 지표에 형성되면 굴뚝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상층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역전층 내에 낮게 깔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은 역전층이 사라질 때까지 높은 농도의 대기오염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빈번한 역전층의 형성은 좋지 않은 관측 결과라 볼 수 있다.

봄철의 낮은 혼합층 고도 문제

다음으로, 봄철의 낮은 혼합층 고도 형성 문제가 눈에 띈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겨울과 봄 대기 관측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겨울철보다 봄철이 더 취약한 대기 특성을 나타내는데, 앞서 확인된 빈번한 역전층 형성 문제는 물론 낮은 혼합층 고도 문제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역전층과는 반대로 혼합층 내에서는 대류로 인한 공기의 운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이 빠르게 혼합층 범위 내로 확산하여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는 혼합층 범위 내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혼합층의 고도 자체가 낮다면 혼합 대기 용적이 적어져서 희석 효과는 크게 반감되고 만다.

고층기상 관측 결과로도 불거지는 입지 타당성 의문

환경영향평가서가 아직 초안이라서 겨울과 봄의 관측 결과만 있는데, 여름과 가을의 관측 결과는 본안을 통해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계절의 일 수를 따지면 대략 90일이 될 텐데, 한 계절 90일 중 3%에 불과한 3일의 표본으로 전체를 가정하는 것이 충분히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충분해 보이지 않는 두 계절 6일의 표본으로 관측한 자료에서조차 그 역전층과 혼합층의 형성 특성이 화력발전소 입지로서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지 문제는 일전의 2보 기사에서도 언급했던 김포공항으로 인한 최대 굴뚝 높이 66m 제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서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역전층 및 혼합층 문제에 대한 관측 사실만 있지 그에 관한 해결책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지속적인 공청회를 통해 토론과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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